ADVERTISEMENT

2단계 2주째인데 600명대 왜…가장 두려운 징조는 '젊은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를 기록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인동 동묘벼룩시장이 물건을 사고 파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를 기록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인동 동묘벼룩시장이 물건을 사고 파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현재 (국민들이)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라서 다음 주 정도 되면 반전 추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달 24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지 이틀째인 26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2주 뒤인 지난 6일 0시 기준, 방역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600명대를 넘어서며 급증하고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규 확진자는 631명을 기록했다. 하루 발생 확진자 규모 중 역대 3번째로 많은 숫자다. 평일 대비 검사 건수가 8000건 이상 줄어든 주말임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주간 거리두기가 실효성이 없었던 이유를 3가지로 설명한다.

‘핀셋 방역’으로 인한 풍선효과

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리프트 탑승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리프트 탑승 인원을 제한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리프트 탑승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리프트 탑승 인원을 제한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우선, 풍선효과로 방역 허점이 드러나 감염 확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29일 수도권에 ‘2단계+α’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의식한 ‘핀셋 방역’ 지침이 오히려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는 배달ㆍ포장만 가능하지만 일반 음식점이나 브런치 카페에선 실내 취식이 가능하다. 또 수영장에서는 샤워실 이용이 가능하지만, 헬스장이나 골프장 등에서는 샤워실 이용이 불가능하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아파트 내 헬스장은 운영이 모두 중단됐지만 일반 헬스장은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방역 구멍으로 우려가 제기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샐 틈 없이 방역 수칙을 정해야 하는데 한쪽 구멍을 뚫어놓고 있어 둑이 터진다”며 “인명 피해를 상수로 놔야 하는데 정부가 자꾸 경제를 상수로 놓고 꿰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겨울철’ 환기 부족ㆍ실내 활동 증가 큰 문제

5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서울시는 4일 영화관과 스터디카페, 일정 규모의 마트 등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업종 확대를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대책을 내놨다.연합뉴스

5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서울시는 4일 영화관과 스터디카페, 일정 규모의 마트 등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업종 확대를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대책을 내놨다.연합뉴스

지난 8월 대유행과 달리 ‘겨울철’이라는 계절 요인과 일상 감염이 만연화된 점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가을, 겨울에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지금 2.5단계로 격상하더라도 계절적 요인 때문에 효과는 지난 8월과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며 “낮은 온도에서 바이러스 증식은 더 활발해진다. 또 추운 날씨 때문에 환기 횟수가 줄고 실내 활동이 많아져 바이러스가 훨씬 잘 확산된다”고 말했다. 8~9월 교회ㆍ도심 발 유행에선 감염 장소가 하나로 특정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일상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젊은층 확진자 증가하자 방역 당국 긴장

방역 당국은 젊은층 확진자가 증가하는 흐름에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20∼39세 확진자 비율은 지난 10월 22.3%에 이어 지난달 28.7%, 이달 32.3%로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이 감염될 경우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선제조치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대유행 때와 비교가 안 된다. 무증상 젊은층의 일상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데 정부의 거리두기 격상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3의 경우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논술ㆍ면접 일정까지 줄줄이 있어 새로운 감염 고리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은 물론 가정에서 쉽게 검사를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천 교수는 “방역 당국이 하는 유전자증폭(PCR) 진단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싸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검사 시간도 짧고 국민이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연말까지 2.5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