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멀리 하고 발효식품 매일 즐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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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의학회장인 모리시타 게이치(79.森下敬一)박사는 현장 중심의 장수학 연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1975년부터 시작한 세계의 장수촌 탐방은 20여회가 넘고, 그가 발견해 학회에 보고한 장수촌도 중국 신장(新疆)과 광시 파마(廣西 巴馬)등 두 곳에 이른다.

92년엔 그루지야.아르메니아 등 카프카스(코카서스) 지역과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훈자 등 그의 발길이 닿은 장수촌을 집대성해 '실크로드 장수촌'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들 지역 백세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5년마다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혈압유지는 물론이고, 암이나 심장병 같은 성인병의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 신체 발육이 늦어 30대에 결혼하지만 남자 1백세, 여자 60세가 지나서도 출산이 가능할 정도로 사망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지요. " 심지어 1890년 대지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기억력도 뛰어나다는 것.

그가 말하는 장수촌의 공통적인 특징은 현대문명과 격리됐다는 점. 이는 공해 없는 환경에 살면서 전통적인 식생활,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보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가 실크로드 장수촌 조사에서 밝힌 백세인들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는 날이 밝으면 일하고 해 떨어지면 잠을 자는 등 자연에 순응하고, 대부분 종교를 믿으며 절제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전통적인 식사. 식단은 대부분 곡물과 야채로 구성되는데 곡물은 돌로 빻아 껍질을 포함한 과립형태를 빵가루로 사용한다.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보존한다.

양젖으로 만든 발효식품을 매일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전통 메뉴다.

셋째는 정신건강. 마을의 중요한 일은 최고 연장자가 결정할 정도로 노인들이 대접받는 분위기가 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모리시타 박사는 "시간이라는 필터를 통해 검증된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현대인이 장수촌에서 배워야 하는 건강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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