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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화력, 추·윤에 쏠린 사이···쟁점법안 다 처리하는 ‘거여 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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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국회에선 여야 사이 두 번의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낮엔 국가정보원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 3대 법안 중 하나인 경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2소위를 통과했다. 밤엔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6년 만에 법정 시한을 준수해 합의 처리됐다.

그러나 아직 곳곳에 지뢰가 남아있다. 여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공언한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 갈등이 여전히 첨예해서다. 연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관련 법안 처리 디데이(D-Day)로 잡았다. 이를 위해 추미애(법무부 장관)·윤석열(검찰총장) 충돌이 정국을 강타하는 와중에도 상임위별 쟁점 법안을 하나씩 위로 끌어올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석기(오른쪽) 간사와 김기현(가운데) 의원 등이 2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표결 처리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퇴장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독으로 이 개정안을 처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뉴스1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석기(오른쪽) 간사와 김기현(가운데) 의원 등이 2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표결 처리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퇴장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독으로 이 개정안을 처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뉴스1

민주당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개정안은 전날(1일)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처럼 국민의힘·국민의당 의원이 전부 퇴장한 가운데 처리됐다. 야당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법안 처리를 막을 순 없었다.

앞서 지난달 30일엔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공수사권이 현재 국내 정보를 독점하는 경찰로 이관될 것을 우려해 “5공 회귀법”(하태경)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거여(巨與)의 완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개정안은 소위와 전체회의 모두 국민의힘 의원의 퇴장 속 민주당 단독 표결로 통과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가운데) 간사와 이철규(왼쪽)·조태용(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0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단독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가운데) 간사와 이철규(왼쪽)·조태용(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0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단독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하이라이트는 공수처법 개정안이다. 4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통과가 예고돼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법에 규정된 야당 비토(veto·거부)권 행사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 야당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공수처장 추천 의결에 필요한 찬성 요건을 완화하는 등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공수처 검사 요건으로 규정한 변호사 자격 보유기간 10년을 5~7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공언한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도 같은 법사위 소위에 상정된 상태다. 사외이사가 될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 26일 잇달아 소위를 열고 공수처법·상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는데, 국민의힘은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이들 법안은 4일 소위 의결을 거쳐 7, 8일 중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개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긴급현안질의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 야당 의원·보좌진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모든 법사위 관련 회의를 보이콧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개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긴급현안질의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 야당 의원·보좌진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모든 법사위 관련 회의를 보이콧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의 마지막 저지 수단으로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친여(親與) 성향의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을 6명만 규합(180석, 재적의원 5분의 3)하면 필리버스터도 강제로 종결할 수 있다(국회법 106조의2).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는 24시간 전에 제출돼야 해서 민주당이 9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8일로 당겨서 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쟁점 법안에 대한 야당의 견제 수준이 턱없이 낮으면 법안 내용이 여권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국회 관계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각 법안은 각 상임위에서 넘어오는 대로 처리하지만, 국회법이 규정한 숙려기간(법사위 회부 후 5일)을 고려해 9일에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정기국회 내 처리가 어려운 법안도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연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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