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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심복' 바 법무장관도 잘리나 "선거조작 증거 못 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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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큼 선거 사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 법무장관 AP통신 인터뷰 #"연방 검사와 FBI가 수사, 불법 증거 못 찾아" #"사법제도와 민사소송에서 다룰 일 혼동" 일침 #트럼프는 사기 주장 반복…슈머 "바 곧 잘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해 승리를 훔쳐갔다고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데 최측근이자 수사기관 수장이 불법은 없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불복 주장을 이어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바 장관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연방 검사들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접수된 고소와 정보를 추적했으나 이번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선거 결과를 가져올 만한 대규모 사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기계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 시스템적인 사기라는 주장이 있었다"면서 "국토안보부와 법무부가 그것을 조사했고, 지금까지 입증할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소송 제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이 연방 사법제도와 민사소송에서 다뤄야 할 주장을 혼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기된 것과 같은 고소 사항은 연방 법무부가 아닌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감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형사법 제도를 만능(fix-all)으로 여기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범죄가 저질러졌는지 조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바 장관 인터뷰가 보도된 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사기를 계속 주장하는 트윗을 연속 올렸지만, 바 장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바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대통령에게 가장 충성심을 보인 심복 중 한 명이다. 선거 이전에는 '우편투표는 광범위한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동조하며 공개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 승리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수사를 독촉하자 바 장관은 전국 검사들에게 중대한 투표 사기가 있었는지 찾으라는 지침을 내렸었다. 이에 반발해 담당 국장이 사임하는 등 법무부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점점 공식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평판을 지키고 법무부 내 혼란을 정리하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통령에게 동조하며 바이든 당선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고위직 관료들을 잇달아 해임한 바 있어 바 장관의 거취가 주목된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 장관을 가리켜 "그도 사기는 없었다고 하니 이젠 해고될 차례인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에 있어서는 아무나 해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NN은 바 장관이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30분간 만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선거 사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CISA)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크렙스 국장이 이끄는 CISA가 닷새 전 "11월 3일 치러진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했다. 투표가 분실·삭제되거나 표를 중간에 가로챘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성명을 낸 데 대한 보복으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9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트윗으로 전격 해임했다. 에스퍼 장관은 흑인 인권 시위가 일어난 지난 여름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눈 밖에 났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신속한 철군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와 다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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