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홍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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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한 홍합은 예부터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로 불렸다. 이 조개는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을 이용해 물 속의 바위에 붙어 산다. 각채(殼采).주채(珠采).합자.열합.섭조개.동해부인 등 별명도 오만가지다.

'규합총서'엔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겁기 때문에 담채(淡菜)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단맛이 나기 때문에 국에 넣거나 젓을 담가 먹어도 그만이다.

백숙(홍합의 속살을 데친 것).장아찌(홍합을 쇠고기와 함께 간장에 양념해 졸인 것).죽.초(마른 홍합을 불려 푹 삶아낸 뒤 양념을 해 만든 반찬).탕(홍합에 국물을 바특하게 해 끓인 국) 등이 홍합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들이다.

식품으로는 비타민(B12.B2.C.E.엽산)과 미네랄(철.요드.셀레늄 등) 등이 풍부하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철.비타민 B12.B2.엽산 등이 부족해 빈혈이 생긴 여성에게 권장할 만하다. 또 항산화제인 비타민C.A.셀레늄이 몸속의 유해 산소를 제거하므로 노화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 기능을 좋게 하는 타우린도 상당량(생것은 1백g당 9백74㎎, 말린 것은 2천1백㎎) 들어 있다.

말린 홍합 1백g엔 우수한 단백질이 56g이나 들어 있다. 지방 함량도 10g 가량 되나 이중 80%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좋은' 지방인 불포화지방이다.

1백g당 열량은 생것은 66㎉.말린 것은 3백73㎉. 한방에선 홍합을 보약으로 즐겨 썼다. 비록 보기에는 흉하고 부끄럽게 생겼어도 우리 몸을 좋게 해주는 건강식품이자 치료약품으로 여긴 것이다.

'동의보감'엔 '오장(五臟)의 기운을 보(補)하고 허리.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성기능 장애를 치료한다. 몸이 허(虛)해 마르거나 해산 후에 피가 뭉쳐 배가 아플 때 유용하다'고 기술돼 있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홍합은 겨울철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5~9월에 채취한 홍합엔 마비증상.언어장애.입마름 등을 일으키는 독소(삭시톡신)가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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