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무배제 일시정지될까...추미애.윤석열 오늘 전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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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은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졌다. [연합뉴스·뉴스1]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은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졌다. [연합뉴스·뉴스1]

직무배제 명령을 받은 윤석열(60) 검찰총장과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법정 싸움의 첫 장이 30일 열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이날 오전 11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 기일을 연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명령과 징계 청구 사실을 알렸다. 하루 뒤인 25일 밤 윤 총장측은 이 처분에 대한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튿날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냈는데 이보다 먼저 집행 정지부터 신청한 것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날 심문에는 윤 총장이 직접 출석하지는 않는다. 윤 총장은 대리인인 이완규(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이석웅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집행정지 필요성을 소명하고, 법무부측에서는 이옥형(법무법인 공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선다.

집행정지 심문일, 결국 본안소송 전초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집행정지를 두고 다투는 날이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날 심문에서 본안 소송의 쟁점을 다툴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집행정지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 중에는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즉 윤 총장 측에서는 추 장관의 처분이 명백히 위법이라는 점을 소명해 집행정지부터 인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행정청인 법무부 입장에서는 추 장관의 처분이 본안 소송을 통한다 해도 취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주장해 집행정지가 인용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윤 총장측 대리인은 “본안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문점을 주장한 뒤 집행정지 필요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심문에서 추 장관의 처분에 대한 사실관계 및 절차적 위법성까지 모두 다툰다는 취지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청구나 직무배제 처분을 받을만한 비위행위가 없었다”며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윤 총장측이 자료를 공개하면서까지 “상식적인 판단을 받아보자”고 한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될 듯하다. 윤 총장 측은 이 문건이 “정상적인 업무자료”라고 했지만 법무부측은 ‘불법 사찰’이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까지 했다.

법무부 장관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공방도 예상된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이달 초 법무부 감찰규정을 바꾸면서 상위법인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이 감찰을 기초로 직무정지명령을 했으므로 처분의 취소 사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처분 과정에서 처분 당사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주장할 수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행정절차법이 보장하는 청문은 헌법적인 권리”라며 “왜 내가 일을 못하게 됐는지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의 문제를 판사들은 중대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어떻게 주장할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지난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지난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연합뉴스]

집행정지 심문에서 다뤄지는 다른 요건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지 ▶긴급성이 요구되는지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지 등이다. 대법원 판례는 집행정지 사건에서 따지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해 금전보상이 불가능하거나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통념상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ㆍ무형의 손해라고 규정한다.

이석형(진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긴 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집행정지 사건에서 따지는 손해와는 다른 문제라는 취지다. 다만 이 변호사는 “징계사건에서는 통상 추상적이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이고, 윤 총장측에서는 단순히 총장 개인에게만 손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법무부의 징계권 남용 때문에 검찰조직 자체의 독립성 침해 내지는 수사방해에 따른 공익적 침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처분 이후 “자리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지키겠다”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말이 심문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결국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부분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때처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점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 전 사장이 낸 집행정지는 1·2·3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당시 대법원은 정 전 사장측 재항고를 기각하며 “해임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결정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의 경우 집행정지는 인용되지 않았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승소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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