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O-157은 계절과 상관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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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살모넬라.O-157.

겨울철인 데도 음식을 통해 감염된 장염 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감염내과 최강원 교수는 "여름철에 발생하는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과 달리 이질.살모넬라.O-157 등의 장염은 계절이나 기후와 무관하게 발병한다"고 밝힌다.

이런 장염은 환자의 대변을 통해 나온 균이 조리사의 손에 묻은 후 오염된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조리사 중 한 명만 병에 걸린 채 음식을 만들어도 집단으로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최교수는 "실제 살모넬라 장염 환자는 선진국에서도 증가 추세며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환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살모넬라는 인수(人獸)공통 감염병이므로 닭고기.계란.육류 등의 소비가 증가하면 환자가 덩달아 늘어난다.

따라서 이들 질환을 막으려면 설사병을 앓는 사람은 조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외식산업이나 단체급식을 담당하는 사람은 발병 중에는 물론 병이 나은 후에도 대변을 통해 균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조리에 참가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균이 묻은 경우라도 끓여 먹으면 괜찮다. 김밥이나 도시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조리된 음식을 또다시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오염이 되기 때문.한양대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특히 손으로 만지며 조리를 할 땐 손을 철저히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질이나 O-157의 경우엔 강력한 감염력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균이 몸에 들어와 발병하려면 적어도 10만 개 이상이 침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질균이나 O-157균은 단 10마리만 몸에 들어와도 발병한다. 따라서 특히 노약자.어린이.지병이 있는 사람은 계절에 상관없이 끓인 음식을 먹는 게 안전하다.

1998년부터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한 O-157 장염은 감염된 소의 내장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원인이다. 역시 충분히 익히면 예방이 되지만 어느 정도 익혔는지가 중요하다.

배교수는 "O-157은 스테이크 같은 덩어리 고기보다 햄버거 등에 사용하는 다진 고기가 문제 된다"며 "음식 속까지 섭씨 60도로 조리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실제 외국에선 햄버거를 먹은 후 환자가 집단 발생한 적이 있다. 현재 전문 햄버거 체인점들은 대부분 고기가 속까지 충분히 익혔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단 장염에 걸리면 열이 나면서 구토.설사를 하기 때문에 탈수가 문제가 된다.따라서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부터 이온음료를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노약자나 영.유아, 지병이 있는 사람은 장염으로 인해 패혈증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심이 되면 신속히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요즘 난방이 잘되면서 식중독 환자도 드물지 않다. 특징적인 증상은 저녁을 잘 먹고 잠자리에 들 무렵 메스껍고 토하면서 복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무심코 식탁.찬장 등 상온에 방치했던 음식을 먹고나서 나타난다.

배교수는 "냉장고에선 균 증식이 더디지만 일단 실온에 두면 균이 30분마다 2배씩 증식해 실온에서 2시간 후면 16배, 3시간 지나면 64배 증식한다"며 "겨울이라도 먹다 남은 음식은 즉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식중독은 대개 4시간 후 발병해 8시간 후면 좋아지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장염예방 수칙]

1. 설사하는 사람은 절대 음식 조리를 하지 않는다.
2. 고기를 썬 칼과 도마는 반드시 깨끗이 씻은 후 야채를 써는데 사용한다.
3. 조리하는 사람은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매번 손을 씻는다.
4. 햄버거처럼 잡고기 조리 땐 속까지 익혀 먹는다. (고기 속 온도가 섭씨 60도는 넘어야 함)
5. 조리한 음식은 가급적 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6. 도마.행주 등 주방용품은 사용 후 깨끗이 씻고 완전히 말린다.
7. 내장이 포함된 요리는 반드시 끓여 먹는다.
자료: 한양대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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