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비만환자에 위험한 처방"

중앙일보

입력

"비만환자에게 고혈압.변비약.이뇨제 등 네댓 가지 약을 3년 동안이나 처방하더라. 고혈압이나 변비 환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약을 장기간 처방할 수 있나. 너무 심하다고 판단해 비만학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

경기도 성남의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가 20일 고발한 한 비만클리닉의 과잉 처방실태다. 의사협회가 주최한 '올바른 비만치료를 위한 전문학회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서는 최근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마구 생겨난 비만클리닉들이 검증도 안된 위험한 치료를 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의사 자신들에 의해 쏟아져 충격을 주었다.

비만과는 관계없는 약들을 아무런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해 부작용을 부르고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비만 치료를 막기 위해 비만기준과 치료약 권고안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토론회에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름이 꽤 알려진 몇몇 비만클리닉의 처방전 10여장을 보니 비만 치료제가 아닌 다른 질병 약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해 부작용이 생긴 경우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의학.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들의 비만 치료가 유행하고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다이어트 식품이나 마약성 살빼는 약, 체형관리실이나 단식원의 다이어트 코스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편 건강연대도 지난 9일 무분별한 비만 치료실태를 공개했다.

동네 비만클리닉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천식치료제인 A주사약을 1년간 맞고 피부가 붓고 심하게 가려워 응급실 신세를 진 주부 朴모(35)씨 사례 등이다. 朴씨는 현재 비만치료를 중단하고 피부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 S병원 전문의는 21일 "검증이 안된 치료를 하는 것은 환자를 사실상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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