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키 크고 마른 사람 대동맥류 진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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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류(大動脈瘤)라는 질환이 있다. 대동맥이 병적으로 주머니처럼 얇게 부풀어 올랐다가 갑자기 터진다.

복부 한가운데 위치한 대동맥은 인체 혈관 가운데 가장 굵을 뿐더러 심장에서 뿜어져나온 혈액이 처음으로 지나가는 혈관이므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일단 터지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75%가 사망한다.

마르고 키가 유난히 큰 사람들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이런 체형의 소유자들은 마판증후군 등 선천적으로 대동맥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95년 급사한 배구선수 김병선도 대동맥류 파열이 사인이었다. 농구선수 한기범은 다행히 일찍 발견해 지난해 예방 차원의 수술을 받았다.

그의 부친과 동생이 잇따라 대동맥류 파열로 숨진 것이 자신의 병을 찾아낸 계기가 됐다.컴퓨터단층촬영검사(CT)에 찍힌 그의 대동맥은 물주머니처럼 늘어나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처럼 치명적인 대동맥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동맥류는 키가 큰 사람에게 체질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혈관의 노화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

65세 이상 노인의 6~9%에 달한다.흡연자에게 많고 남성이 여성보다 3~5배 가량 많다. 문제는 대동맥류는 터지기 전까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대동맥류는 복부초음파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흔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위암 조기발견을 위해 내시경을 받는 것처럼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검사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최근 영국의 의학잡지 BMJ는 65세 이상 남성 7만명을 대상으로 복부초음파에 대한 비용효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복부초음파를 통해 조기발견한 뒤 직경 5.5㎝ 이상 부풀어오른 경우 예방 차원의 수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초음파 검사와 예방 차원의 수술에 드는 비용보다 터진 뒤의 응급 수술비용이나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도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사회 전체를 봤을 때 남는 장사란 얘기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다 65세 이상 남성이면서 담배를 피우고 혈압이 높은 사람이라면 대동맥류 극복을 위해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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