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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수처 압박에…野 "막을 방법이 없다, 믿을 건 여론뿐"

중앙일보

입력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힘만 믿고 무리하다가 망한 나라, 망한 정권, 망한 회사가 한두개가 아닙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재가동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냉정을 찾아서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에 명시된 야당의 거부권을 사실상 삭제하는 법 개정에 나선 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엔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의 처지가 여실히 묻어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법조인 출신인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의석수 173석의 거여(巨與) 민주당이 몰아붙이면 우리가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자조했다.

25일 추천위, 또 파행 유력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18일 활동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민주당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면서 여야가 공수처를 두고 극한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엔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데, 추천위원 2명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이를 발목잡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측 논리다. 민주당의 개정안엔 국회 몫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 각 2명 추천’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조항이 들어있다.

일단 23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가 25일 추천위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민의힘은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하지만 25일추천위 회의 역시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야당 측의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겠다”는 입장과 “재추천은 없다”는 여당 측 입장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추천위가 또다시 파행으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법사위 소위에서 개정안을 위한 법안 심사를 추천위 회의와 동시에 진행하겠다”(김태년 원내대표)는 입장이다.

野 “믿을 건 여론뿐인데…”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국민 여론전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율사(律士)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24일 오전 7시 30분 국회에서 공수처 관련 비공개 전략 회의를 열고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민주당이 밀어붙일 경우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비관적 내용이 회의 결론이었다”며 “자신들이 공수처법 통과 명분으로 내세운 야당의 거부권을 스스로 없애는 비상식적 행위에 대해 국민이 잘 판단하실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시행도 안 한 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공수처장 추천위가 형식적으로 열려서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만 쓰여선 결코 안 된다”며 “민주당이 공언하는 대로 야당 비토권이 삭제된 상태에서 추천된 공수처장은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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