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적당한 육식 통해 활력 얻자

중앙일보

입력

1991년 이탈리아 티롤 빙하에서 신석기 시대 원시인의 시체가 발견됐다. 키가 1m 59㎝ 밖에 되지 않는 이 원시인은 곰가죽 옷과 신발, 돌도끼 등을 지닌 채 무려 5천년 동안 썩지 않고 냉동 상태에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옷차림으로 보아 사냥꾼으로 추정되는 이 원시인은 이탈리아 박물관에 보관돼 지금도 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의학잡지 랜시트는 최근 체코 토마스바타 대학 연구진이 이 원시인의 행적을 그대로 답사하는 탐험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명의 탐험가들이 이 원시인의 복장 그대로 생존 실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장이라곤 돌화살과 도끼, 곰가죽 옷과 사슴가죽 신발이 전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이 강추위와 굶주림 등 악조건 속에서 몇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를 보이고 있다.

5천년 전이면 평야지역에서나 인류가 겨우 농사에 눈을 뜰 시점이다.그렇다면 이 원시인이 해발 3천m나 되는 빙하 지역에서 먹을 것도 없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사냥에 있었다. 동물을 잡아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의학잡지 PNAS는 이를 방증하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이 원시인의 창자에서 음식물을 추출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사슴고기와 염소고기가 다량 발견됐다는 것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원시인의 강렬한 야성과 체력이 바로 사냥을 통한 육식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분명 원시인보다 오래 산다. 위생과 영양 환경이 좋아졌고 항생제와 백신 등 의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력없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은 건강한 것이 아니다.

활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육류 단백질의 섭취다. 다들 육류가 해롭다고 알고 있지만 인간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절반은 반드시 고기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

더구나 미국의 영양학자 하디 스콜닉 박사는 최근 쇠고기에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고 항체를 만드는 단백질이 많으므로 독감 예방에 좋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일뿐 육류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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