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 신선도 유지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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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 등 산 물고기를 나르는 사람들의 소망은 '물반, 고기반'을 성취하는 것이다.

물고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함께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의 양을 줄이면 산소가 모자라 물고기들이 질식한다. 활어를 비행기로 수출할 때도 똑 같은 문제에 부닥친다.

적은 양의 물에 많은 고기를 담아 운반하면서도 신선도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완수 박사팀은 물고기의 생체 리듬을 조절해 얼마 동안 호흡도 낮추고,거의 질식도 일으키지 않는 상태로 장시간 생존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운반할 때는 곰이 겨울잠을 잘 때의 상태처럼 물고기를 만들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깨워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인공 동면'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물이 적어도 산소 부족을 일으키지 않는다.

김완수 박사는 "동물에는 24시간을 주기로 활동하게 하는 '시간 유전자'가 있는데, 환경을 조절해 시간 유전자가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공 동면을 유도하는 관건"이라고 말한다.

실제 넙치(광어)는 수온이 떨어지면 겨울잠을 자듯 산소를 평소의 10분의 1정도만 쓰는 상태를 유지하다가 따뜻해지면 정상 상태로 돌아와 24시간 주기의 활동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원래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을 억지로 동면에 빠뜨리면 혈액 순환 등에 곤란을 일으켜 죽을 수도 있다.

김박사는 "부작용 없이 겨울잠에 빠뜨리려면 시간 유전자뿐 아니라 각종 대사 조절 유전자의 활성도 적절히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연구가 발전하면 인공 동면에 알맞은 유전자를 갖춘 물고기를 만들어 양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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