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잔병치레로 병든다…암보다 감기치료에 두배 지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국내 건강보험 재정의 73%가 감기 등 가벼운 병을 앓는 외래환자 진료에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환자에 대한 이같은 지출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한사람당 병원이용 횟수도 13차례로, 외국에 비해 월등히 잦은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01 건강보험 통계연보'에서 밝혀진 통계수치들이다.

이에 따라 건보재정이 큰 압박을 받게되면서 정작 건보혜택을 받아야 할 중환자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동네의원의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면 3천원만 내는 정액진료제를 없애고 진료비 총액의 30%를 일률적으로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감기 진료에 최고액=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재정에서 외래환자 진료비로 지출된 돈은 9조4천75억원으로 전체 액수의 73%였다. 외국의 경우 외래환자 지출 비율이 ▶미국 30%▶영국 39%▶일본 44% 등이다. 특히 감기의 경우 외래환자 진료액의 14%인 1조3천1백51억원이 지출됐다.

이어 치과질환.고혈압.피부염 순이다. 반면 중질환자가 많은 입원진료에는 건보재정의 3조5천여억원(27%)만이 사용됐다.

대표적 중질환인 암의 진료.치료에 들어간 돈은 감기환자가 쓴 돈의 절반 가량인 6천4백여억원에 불과했다.

1인당 연간 병원이용 빈도는 1995년에 비해 40% 증가한 13.2회였다. 미국은 5.8회, 영국 5.4회, 독일 6.5회였다.

◇본인부담금 비율 높이기로=이처럼 외래환자가 건보재정을 많이 쓰는 이유는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작하면서 국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비율을 18.3%에서 14.7%로 낮췄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외래환자 부담금률은 30%다.

반면 우리나라의 입원환자 본인부담금 비율(비보험 진료 포함)은 분업 전후 50%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 약국을 이용하던 환자가 분업 후에는 병원을 먼저 거치게 되면서 외래환자가 20% 이상 늘어난 것도 외래 진료비 사용액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건강보험공단 김기영 차장은 "본인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가벼운 질환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비싸 병원 가기가 힘들고, 유럽의 경우 감기와 같은 경질환은 굳이 병원에 안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정액진료제를 없앨 경우 동네의원 외래환자에 대한 지출이 2천6백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이 돈을 중증 입원환자 부담 경감에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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