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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백신인데…화이자 영하 70도, 모더나 영하 20도 보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더나 백신 후보 AFP=연합뉴스

모더나 백신 후보 AFP=연합뉴스

16일 미국 생명공학 회사모더나(Modern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후보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둘 다 같은 mRNA 백신이지만 #RNA와 나노입자 지질 성분 차이 #1회 주사량 모더나가 더 많아

모더나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발 중인 백신 후보 mRNA-1273은 영하 20도에서 최대 6개월 동안, 냉장 상태(영상 2~8도)에서는 최대 30일 동안, 냉장고에서 꺼낸 뒤에도 실온에서 최대 12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모더나 측은 "영하 20도(영하 25 ~ 영하 15도)의 표준 냉동고 온도를 사용하는 것은 급속 냉동보다 더 쉽고 확립된 유통·보관 방법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제약 유통 회사는 영하 20도에서 제품을 보관하고 배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백신후보와 다른 바이러스 백신의 보관 온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 백신후보와 다른 바이러스 백신의 보관 온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에 비해 지난 10일 화이자(Pfizer)와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임상 결과를 발표한 백신 후보 BNT162b2의 경우 영하 70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 후보 둘 다 mRNA 백신인데 이렇게 보관 온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둘 다 동일한 mRNA 백신 

화이자 백신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mRNA는 세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 RNA(리보핵산)의 하나다. 메신저 RNA 혹은 전령 RNA로 불린다.

mRNA는 세포의 DNA(데옥시리보핵산) 속에 저장된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란 형태로 발현될 때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이다.
mRNA 염기서열에 담긴 정보는 해당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 정보다.

보통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거나 죽인 다음 사람에게 주사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주사하기도 한다.
병에 걸릴 위험은 낮추고 항원은 유지해 항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즉 항원이 인체에 들어오면 몸에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항체가 형성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 대신에 mRNA를 주사한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대신 주사한 mRNA는 사람 몸에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을 만들고, 그 단백질에 대해 인체 면역계가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들과 비교하면 몇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非)감염성이다.

또, mRNA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어 필요한 단백질(항원)을 쉽게 생성할 수 있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mRNA 백신은 어떻게 만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구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구조.

mRNA 백신을 만들려면, 당연히 mRNA를 만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나 DNA)에서 특정 단백질(항원)을 생산하도록 명령하는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고, 여기에 해당하는 mRNA를 만들게 된다.

만들어진 mRNA는 다양한 변형을 거치게 되고, 이를 통해 체내에서 mRNA의 수명(반감기)도 조절할 수 있다.

mRNA를 만든 다음에는 이를 사람에게 주입해야 한다.
mRNA만 주입하면 금방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들 때까지 파괴되지 않도록 '포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의 손가락에도, 내쉬는 입김에도 RNA를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RNA 분해에 취약하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BNT162b2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바탕으로 한다.
이 mRNA에 당(糖)을 결합, 변형시킨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 백신이다.

이 변형 mRNA를 세포막과 같은 지질(lipid) 성분으로 둘러싼다.
mRNA는 결국 나노 크기의 지질 입자 형태가 되고, 최종적으로 이것이 사람 몸에 주입된다.

베일이 싸인 모더나 백신 후보 

미국 생명공학 회사 모더나의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생명공학 회사 모더나의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더나 백신 후보 mRNA-1273도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넣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작용 메커니즘은 화이자의 BNT162b2와 비슷하다.

하지만 모더나 측은 보도자료나 이미 발표한 논문에서도 백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화이자 백신 후보와는 mRNA 변형 방법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나노입자를 만드는 지질 성분이나 구조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1회 주사하는 mRNA 양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알려진 바로는 화이자의 경우 1회 주사에 mRNA를 3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모더나는 훨씬 많은 100㎍을 주입한다.

결국 mRNA나 나노 입자의 구조 차이, 주입하는 mRNA 양의 차이 등으로 모더나가 일반적인 냉동·냉장 조건에서 유통·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같은 mRNA 백신 경쟁에 뛰어든 독일 회사 큐어백(CureVac)의 경우 영상 5도에서 3개월 동안 안정하게 유지되는 백신 후보를 지난주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큐어백 사에서는 mRNA의 변형 과정 일부를 생략해 mRNA를 나노입자 내에 훨씬 조밀하게 집어넣었고, mRNA가 분해에 덜 취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mRNA를 변형시킨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mRNA가 사람 세포 속에서 만들어내는 스파이크(S) 단백질은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드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정확한 이름도 S단백질이 아닌, S-2P 단백질을 만드는 mRNA 백신이다.

S 단백질 두 곳의 아미노산을 프롤린(proline)으로 치환한 것이 바로 S-2P 단백질이고, 이렇게 바뀐 단백질을 지령하는 mRNA를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이유는 바이러스 S 단백질이 사람 세포 내 수용체와 결합하면 구조적 변화(conformational change)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치환을 하면 구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안정화된다. 이를 융합 전(前) 안정화(prefusion stabilization)라고 한다.

모더나가 보도자료에서 mRNA-1273 백신을 "스파이크(S) 단백질의 융합 전 안정화 형태를 지령(coding)하는 코로나19 mRNA 백신"이라고 소개한 이유다.

항원인 S 단백질의 모양에 맞춰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융합 전 안정화를 하면 S 단백질이 변형되지 않아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보다 고정된 표적을 맞히는 것이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이치다.

누가 먼저 백신을 차지할 것인가. AP=연합뉴스

누가 먼저 백신을 차지할 것인가. AP=연합뉴스

한편, 모더나는 미국 정부가 연구 개발을 위해 9억 5500만 달러(약 1조 570억 원)를 지원했고, mRNA-1273 공급을 위해 최대 15억 2500만 달러(약 1조 6900억원)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올해 약 2000만 명분의 mRNA-1273을 생산할 수 있고,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5억~10억 명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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