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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연기' 주장한 윤희숙 "전태일 모독? 실소 금치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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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지난 8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지난 8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

고(故)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지난 13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전태일 열사를 모독했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윤 의원은 "저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어제 여당 대변인이 제가 전태일 열사를 모독했다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는 기사를 보고는 저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인가"라며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인가"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운동권 써클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거대여당이 됐으면 이제 제발 도그마와 허세는 버리라"며 "2년에 최저임금을 29% 올려 알바 청년들 일자리를 그만큼 뺏고 주문기계 제조업자들만 배불렸으면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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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고(故)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며 “‘주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윤 의원은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없애 근로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예해야 한다”며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 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간 곱씹어온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전태일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윤 의원의 황당무계한 주장”이라며 “아직도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장시간 노동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저열한 인식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대한민국 경제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비판에 나섰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소리를 하는 데 왜 전태일을 파느냐”면서 “저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 전 장관도 "전태일 열사가 무덤에서 뛰쳐나와 통곡을 할 궤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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