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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전태일 정신' 꺼내자…진중권 "저러니 답 없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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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고(故)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며 “‘주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이라고 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논평에서 “전태일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윤 의원의 황당무계한 주장”이라며 “아직도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장시간 노동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저열한 인식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대한민국 경제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런 소리를 하는 데 왜 전태일을 파느냐”면서 “저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 역시 “자기들이 집권하는 10년 동안 노동자들은 죽어 나가고 있었는데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더 쥐어짜자고 하는 게 코로나 국면에서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안이하게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 의원은 이날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준법에 대해 “세계에서 손꼽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들어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라며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 전태일로서는 근로기준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 비참한 근로조건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고 했다.

이어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없애 근로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예해야 한다”며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 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간 곱씹어온 교훈”이라고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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