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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1. 고혈압 뛰어넘기

중앙일보

입력

고혈압 환자수는 이미 국내에 7백만명에 달합니다.8년 후인 2010년엔 8백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병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정부가 나서서 노력하면 유병률(有病率)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입증돼 있습니다. 고혈압을 퇴치하고 이기는 길을 함께 떠나 봅니다.

직장여성인 김모(23.여.서울 신림동)씨는 올 봄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환자로 판정받았다. 별다른 고혈압 증상이 없었던 그는 정밀검사 결과 왼쪽 신장의 동맥이 상당히 좁혀져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혈관을 넓히는 수술까지 받았다.

담당 의사는 "수술 후 정상 혈압을 되찾았다"며 "그냥 방치했다면 신장기능 상실 등 큰 병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2 남학생인 박모(17.경기도 부천)군은 비만 체중자. 조금만 움직여도 숨가빠하던 박군은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그의 혈압은 1백50/90.박군은 '체중 10㎏을 줄이면 최고혈압은 25, 최저혈압은 1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현재 운동.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고혈압은 이제 성인병이 아니다. 청소년.어린이 환자도 수두룩하다. 한국 남성 3명 중 한명, 여성 4명 중 한명이 걸리는 '국민병'이다. 일본에선 1997년부터 고혈압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서일 교수는 "요즘 '당뇨 대란'이 우려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고혈압에 비하면 당뇨는 '소란'(小亂)에 불과할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는 국민의 10%도 안되지만 고혈압은 남자의 30%, 여자의 25%가 환자"라고 강조했다.

흔히 고혈압을 '무언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한다. 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배종화 교수는 "평소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않다가 갑자기 숨지거나 심한 후유증으로 폐인이 되기 때문"이라며 "고혈압은 90%가 뚜렷한 원인질환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혈압을 방치하면 뇌졸중.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협심증).신장기능 이상 등 혹독한 대가가 기다린다. 같은 연령에서 최저혈압이 10 높아질 때마다 평균수명은 5년씩 단축된다고 한다.

국민고혈압사업단 강진경 단장은 "고혈압은 환자가 고혈압인지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별 치료없이 지내다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게 되는 것이 문제"라며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이라고 소개했다.

99년 국민고혈압사업단이 과천 주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고혈압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미쳤다(43%). 그나마 고혈압 환자 가운데 18%만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82%는 수수방관하는 실정.(보건복지부 조사결과) 이에 비해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고혈압환자의 70%가 환자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중 75%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인 1백명 중 24명은 순환기계 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으로 숨진다. 고혈압만 제대로 관리해도 순환기 질환의 34%는 예방 가능하다. 여기에 담배까지 끊는다면 순환기 질환의 60%를 막을 수 있다.(미국의학협회지 99년 12월 8일)

미국은 고혈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72~94년) 뇌졸중 발생을 60%,관상동맥질환 발생을 50%나 낮췄었다.

◇고혈압 판정법

서울대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얼굴이나 비만도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라며 "고혈압이 의심되면 2개월마다 혈압을 재볼 것"을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최고혈압 1백40,최저혈압 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판정된다. 이를 초과하면 심혈관계 사망률이 두배나 증가한다. 혈압은 최고 1백20, 최저 8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교수는 "3세 이상의 모든 어린이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며 "어린이의 혈압이 높으면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이 있는가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0년 1년간 원인이 불분명한 1차성 고혈압으로 인한 진료비가 전체 의료비 지출의 3%에 달했다. 고혈압의 주된 합병증인 순환기 질환 진료비까지 감안하면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혈압이란?

혈압은 피가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면서 동맥 벽을 때리는 압력을 말한다. 최고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피를 내보낼 때 혈관이 받는 '수축기 혈압'이다. 최저혈압은 심장이 확장돼 피를 받아들일 때 혈관에 미치는 '이완기 혈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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