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살리는 '제대혈' 보관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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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아기의 탯줄을 깨끗한 천으로 감싸 목갑에 보관하는 풍습을 지켜왔다. 목갑의 뚜껑에 '壽(수)'자를 새기고 뒷면에 새 생명의 출생기록을 적었다.

탯줄과 함께 아기의 손톱과 머리카락도 같이 넣어 소중히 보관하는 경우도 많았다. 집안에 아기의 탯줄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따른다고 믿었다. 입시 등 큰 일을 치를 때 목갑을 어루만지며 기도하는 엄마들도 있다.

탯줄은 엄마와 뱃속의 아기를 연결해주는 생명의 끈이다. 모체와 한몸임을 의미한다. 탯줄은 아기 출생 후 7~10일 사이에 떨어진다. 현대의학과 과학에 눈을 뜨게된 이후 일반가정에서 탯줄은 버려지는 게 예사였다.

이의 보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목갑에 넣어 잘 간수해도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다. 20~30년 동안 집안에 두는 경우도 있으나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이를 버리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담에게도 과연 탯줄이 떨어져나간 배꼽이 있었을까. 성서대로라면 신의 창조물인 아담에겐 배꼽이 있을 이유가 없다. 모체가 없으므로 탯줄도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에는 아담의 배꼽이 그려져 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는 방대한 내용 가운데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미켈란젤로가 아담을 인간과 아주 비슷한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꼽을 그려 넣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요즘 들어서는 제대혈(臍帶血)은행이 생겨 젊은 엄마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배꼽 臍' '띠 帶'의 제대는 바로 아기의 탯줄을 뜻하며 이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이 제대혈이다.

유명 연예인들뿐 아니라 월드컵 국가대표의 일부 선수들도 아기의 제대혈을 은행에 맡겼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병원에서는 탯줄에서 혈액을 뽑아내 여러 차례의 검사를 거쳐 25㏄ 정도의 조혈모세포를 분리한 후 영하 2백도에 가까운 액화질소 탱크에 이를 보관한다는 것이다.

제대혈은 아기가 백혈병이나 악성빈혈 또는 암에 걸려 이식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기존의 골수이식과 달리 제대혈의 조직 적합성이 아이와 일치해 치료성적이 좋다. 20여년 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이식됐다.

제대혈 보관사업이 각광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제대혈을 기증받아 공급하는 공여은행과 자신의 아기를 위한 가족은행도 생겼다.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제대혈을 사용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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