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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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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일을 당했을 때 흔히 ‘골 때린다’는 표현을 쓴다. 황당하다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신조어 중 어감이 비슷한 ‘뼈 때린다’가 있다. ‘뼈’의 한자어는 ‘골(骨·뼈 골)’. 그렇다면 ‘골 때린다’와 ‘뼈 때린다’는 같은 뜻일까.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골’에는 수십 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 그중 6번째 의미가 ‘중추 신경 계통 가운데 머리뼈 안에 있는 부분. 대뇌·사이뇌·소뇌·중간뇌·숨뇌로 나뉜다’이다. 즉, 이때의 골은 뇌를 가리킨다. 골이 아프다, 골을 싸매고 앓고 있다 등의 표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롯데푸드'의 마늘퐁닭 순살치킨.

'롯데푸드'의 마늘퐁닭 순살치킨.

반면 ‘뼈 때린다’는 ‘정곡을 찌른다’는 뜻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팩폭(팩트폭력)’이 있다.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 중인 전직 농구선수 서장훈은 고민을 털어놓는 사연자에게 ‘뼈 때리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뼈 맞은’ 사람 입장에선 맷집 좋은 통통한 살을 맞았을 때보다 당연히 더 아프다.

흥미로운 건 언어의 진화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보다 더 젊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뼈 맞았다’는 말 대신 ‘2000원 비싸졌다’는 말을 즐겨 쓴다. 그 유래와 의미는 이렇다. 정곡을 찌르는 지적으로 뼈가 남아나질 않고 완전히 발라졌다. 결국 뼈 없는 순살만 남았다. 치킨집에서 일반 치킨보다 순살 치킨(사진)은 2000원 더 비싸다.

젊은 세대의 지나치게 영리한 말장난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혹시라도 Z세대에게 ‘뼈 때리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직하고 상식 있는 어른이 돼야겠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