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여당만 조질테니 일단 던져" 시나리오 쓴 녹취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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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중이던 지난 3월 "여당 정치인과 관련한 로비 정황을 언론에 폭로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녹취록이 나왔다고 10일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두 차례의 옥중 입장문 등을 통해 "검찰 측이 여당 정치인에 대한 진술을 요구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녹취록대로라면 검찰이 아닌 김 전 회장 측이 폭로를 주도했단 정황이다.

"與 관련 로비만 언론 흘려라" 

보도된 녹취는 그가 도주 중이던 지난 3월 20일과, 체포 3일 전인 지난 4월 20일 이뤄진 대화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측근 A씨에게 여당과 관련한 로비정황만 언론에 흘릴 것을 지시했다.

김봉현 :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조져버릴 테니까, 일단 여러 개가 있다 하면서 기자한테 던져줘.
A씨 : 예.

김봉현 : 그래갖고 그 빨리 얘기하라고 해. 너무 뜸들이지 말고. 밥 타니까. 아끼다 똥 된다.
A씨 : 알겠습니다, 예.

김봉현 : 응, 기자가 그럼 스토리 만들 거 아니냐. 그러면 이제 지 ○○○ 걔가 지네 팀이 만들어졌으니까 팀이 돼갖고 파트를 나눌 거 아니냐? 취재파트를. 그러니까 너무 뜸들이지 말고 던져주라 하라 이 말이야, 형 얘기는. 지금 시간 싸움이니까.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16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서는
자신을 변호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도는 잡아달라. 윤석열(검찰총장)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협조하지 않으면 본인(김 전 회장) 사건 공소 금액 엄청 키워서 구형 20~30년 준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로비 대상·방법·액수도 구체적 언급

시사저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지난 3월 폭로를 지시한 로비내용엔 강 전 수석 등 청와대 고위층과 다른 여권 인사들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로비의 대상·방법·액수 등과 함께 이런 유착을 통해 어떤 비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한다.

김봉현 : 2016년 초까지인가 돈이 수억대로 왔다 갔다 했다고. 그(이강세) 계좌로. 계좌로만. 뭐 그것도 뭐 있을 거라고 (언론에 얘기) 해.
A씨 : 예, 예, 예 알겠습니다.

김봉현 : 일단은 그 계좌에 그 XX 계좌로 막 넣어줘 버렸으니까, 형이. 쓰라고. 뭔 말인지 알지?
A씨 : 예.

김봉현 : 어 그런 거 실제적으로 (계좌를) 까버리면 된다고.
A씨 : 예, 예 알겠습니다.

김봉현 : 그라고(그리고) 그 창구가 저기 이강세 고대 동문들이라고 얘기해.
그러니까 이강세가 꾸준히 관리해 온 걸로 해.
해외출국기록 따져보면 저 특히 ○○○ 리조트를 많이 가는 걸로 나와. 거기에 이강세가 이제 로비하러 가는 거야. 뭐, 뭐 있는지. 저 고려대 인맥들 동원해 가지고 일을 볼려고(보려고) 해.
그리고 이번에 광주 MBC 잘리고 나서 오갈 데 없다 해갖(해가지)고 여기 지금 서울에 데려다가 지금 자리 다 해 준 거고. 집이랑 다 해 준 거고. 지금 잠실 몇 백만 원짜리, 월세 나가는 몇 백만 원짜리 아파트에, 차량 고급세단에, 봉급 600(만원)에 법인카드 500(만원)짜리에 비용을 해 줄 건 다 해 준 거지. 이해됐지?

이같이 김 전 회장은 녹취록에서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꾸준히 로비를 해온 것으로 말하라고 지시한다. 이 전 대표는 강 전 수석에게 '라임 감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김 전 회장에게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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