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주민 다이옥신 일반지역 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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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폐기물을 태우는 소각로 인근 주민들에게 암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국이 조사한 결과 실제로 주민들의 혈액 속에서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고농도로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청과 포승면 국가산업단지를 잇는 38번 국도변의 평택시 안중면 성해2리.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농가와 논.밭 사이에 높다란 굴뚝이 솟아 있는 소각로가 들어서 있다.

이곳 ㈜금호환경은 1984년에 쓰레기 소각로 2기를 설치해 지정폐기물인 폐플라스틱.폐비닐.폐유 등을 하루 67t씩 태워왔다.

이장 김준태(40)씨는 "쓰레기 소각 때 나오는 악취와 먼지로 인해 제대로 빨래를 널지 못하고 더운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지 못한다"며 "우리 마을과 인근 학현리.포승면 용소마을에선 10여명이 암에 걸려 사망했고 지금도 암환자가 자꾸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야적해 놓은 쓰레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은 것을 계기로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했고 평택시에 암 발생 원인 규명 등 피해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평택시는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소장 장재연 아주대 교수)에 조사를 의뢰했고, 연구소측은 1일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6개월여 동안 진행해온 '금호환경 주변 지역 주민 건강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소각장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첫 다이옥신 축적량 조사다.

연구소측은 암환자 5명과 암환자 가족 3명 등을 포함해 금호환경 인근 주민 10명의 혈액내 다이옥신 농도를 분석한 결과 혈액 지방성분 1g당 평균 53.4pg(피코그램:pg=1조분의 1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암환자에게서는 최고 92.3pg, 일반 주민에게선 최고 82.2pg이 검출됐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張교수는 "국내외 조사 사례와 비교하면 이곳 주민들의 혈액 속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의 농도는 일반지역의 3~5배에 이른다"며 "다이옥신 오염으로 폐쇄한 일본 오사카 노세 소각로 노동자보다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팀이 2000년 경기도 안산시 시화공단 인근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는 평균 검출량이 16.6pg이었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이곳 주민 6백73가구 1천6백51명을 면접한 결과 36명이 암으로 사망했거나 현재 앓고 있으며, 97년 이후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張교수는 "지하수.토양.식품 등 다이옥신 오염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기검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는 "당장 소각로 가동을 중단하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평택시측에 요구했다.

금호환경 조성국 사장은 "2006년 소각시설 이전을 포함해 주민들과 보상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에는 현재 폐기물 소각장이 8천1백73곳이 있으며 이 가운데 시간당 2t 이상(하루 48t 이상)을 소각하는 산업 폐기물 소각시설은 6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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