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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초유의 대접전, 피말리는 개표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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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대선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며 두 후보가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새벽 백악관에서 조기 승리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며 두 후보가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새벽 백악관에서 조기 승리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다음 날 새벽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초유의 혼돈 사태가 벌어졌다. 대선후보들이 직접 나선 만큼 향후 대선 결과를 놓고 진 쪽의 지지자들이 불복하며 미국이 더 쪼개질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20 혼돈의 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서로 “이겼다” 주장 #위스콘신·미시간 우편투표 열자 #바이든 몰표 쏟아져 대추격 역전 #NYT “펜실베이니아도 승리 전망” #트럼프측 ‘우편투표’ 줄소송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전 2시21분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리는 이 선거를 이길 준비가 돼 있었다. 솔직히 우리는 이 선거를 이겼다”며 조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편투표와 관련해 “우리는 대법원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반면에 바이든 후보는 앞서 0시40분쯤 “대선 승리로 가는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선택한 우편투표 개표를 통해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이겨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취지다. 바이든의 이 같은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의식한 사전 견제로 풀이됐다.

이날 후보들의 모습은 그간 대선 개표 추이에 따라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며 사실상 대선 결과를 확정지어 왔던 전례와는 전혀 다르다. 대선 투표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심야 충돌로 이어졌다.

미국 대선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며 두 후보가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하는 바이든 후보.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며 두 후보가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하는 바이든 후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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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대선 승패를 좌우할 러스트벨트에서 숨 막히는 엎치락뒤치락 개표 승부를 이어갔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선 후반 들어 우편투표함이 열리자 바이든 후보가 맹추격해 박빙으로 역전하는 상황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앞서던 펜실베이니아에 대해서도 “부재자 투표에서 앞서는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년 전인 2016년 대선 때 AP통신은 대선 다음 날인 11월 9일 새벽 2시29분(미국 동부시간) 트럼프가 매직 넘버(당선 확정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보도했다. 10분 후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에게 전화로 당선을 축하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 언론들은 승리 확정 보도를 늦췄다.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등에서 진행되는 우편투표 결과에 따라 승패가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이번에도 2016년 대선 때처럼 선거전 막판에 트럼프가 선벨트와 러스트벨트에서 격차를 좁혔다”며 “단 개표 과정에선 우편투표 등에서 바이든이 역추격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우편투표의 적법성을 문제 삼음에 따라 대선 결과를 둘러싼 소송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선거일 이후 표를 집계하는 건 끔찍하다”고 비판해 왔다.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 선거일 이후 일정 기한 내 도착한 우표투표 용지를 유효 투표로 인정하는 걸 부정 투표로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이 뒷심을 발휘해 따라붙은 미시간·위스콘신과 바이든이 추격 중인 조지아는 선거일 당일까지 배송된 우편투표만 인정한다. 선거인단 집계의 경우의 수로 보면 바이든 후보가 이 세 곳을 이기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부적격 우편투표’ 소송전에 해당되지 않는 깔끔한 대선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반면에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네바다나 펜실베이니아가 최종 승부처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 측과의 법적 소송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미 대선 당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연방지방법원에 우편투표 불법 개표 의혹을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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