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판 난 호르몬요법의 득과 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여성건강계획(WHI)이 자궁절제수술을 받지 않은 폐경여성 1만6천608명(50-79세)을 대상으로 2005년까지 예정으로 진행해오던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혼합호르몬요법에 대한 임상실험을 3년이나 앞당겨 돌연 중단했다.

이유는 지금까지 5년여에 걸친 임상실험 중간평가 결과 이 호르몬요법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HI는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혼합한 가장 인기 높은 호르몬 정제인 프렘프로(Prempro)를 이용한 이번 대규모 임상실험에서 이를 장기 복용한 폐경여성은 비복용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26%, 뇌졸중 41%, 심장마비 29%, 전체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이 22%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중대한 약점에 비해 장점은 결장암과 고관절 골절 위험이 약 3분의 1 줄어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장암과 고관절 골절은 호르몬요법 말고도 예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WHI는 원래 이 중간평가 결과를 오는 17일 발행되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라도 빨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앞당겨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을 장기간에 걸쳐 병행투여하고 있는 폐경여성들은 즉시 복용 중단 여부를 담당의사와 상의하라고 WHI는 권고했다.

WHI 자크 로소우 박사는 폐경여성들의 혼합 호르몬 복용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심장병 예방 목적이라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은 개인적으로 보면 아주 적기 때문에 혼합 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들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로소우 박사는 강조했다.

로소우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위험 발생 확률이 0.1%도 안된다고 말하고 그러나 국민 전체로 볼 때 공중보건상 중대한 우려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는 그러나 혼합호르몬이 아닌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는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에 프로제스틴을 섞어서 복용하는 이유는 에스트로겐만 복용할 경우 자궁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궁절제수술을 받은 여성만이 에스트로겐을 단독 사용할 수 있다.

NIH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 대한 소규모 임상실험도 진행 중이며 단독요법은 아직 득과 실의 균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약 600만명의 폐경여성들이 안면홍조와 같은 각종 갱년기 장애를 단기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또는 심장병, 골다공증 예방과 전반적인 건강증진 목적으로 혼합 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혼합 호르몬을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심혈관 질환 위험은 복용 1년 안에 급격히 증가하고 암 위험은 복용 4년 후부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위를 낮추어 복용하거나 피부에 붙이는 호르몬 패치를 이용하는 것은 어떤가? 직접 임상실험을 해보지 않고는 확실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고 이번 임상실험에 관여한 뉴저지대학 의과대학의 로먼 래서 박사는 말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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