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2B 진격' 네이버클라우드 "우리는 반찬 170개 있는 뷔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인터뷰]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가 B2B(기업 간 거래) 분야로 진격 중이다. 지난달 15일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이름을 ‘네이버클라우드’로 바꾸고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B2B사업을 끌어모아 전담하기로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가 네이버 B2B 비즈니스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B2B 사업 실적을 발라내는 작업도 마쳤다. 네이버는 올 3분기 실적부터 '클라우드'란 이름으로 B2B 실적을 따로 발표했다.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763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2% 늘었다. 핀테크(67.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3분기 매출 66% 늘어난 763억원 #“B2C 강한 기업이 클라우드 승자”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월 방문자만 3805만 명인 국내 최강 B2C(기업 개인 간 거래) 기업 네이버는 왜 기업 시장을 주목하는 걸까. 지난달 2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본사에서 박원기(59)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네이버가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클라우드 등 B2B 분야”라며 “새 성장동력을 찾지 않고 기존에 하던 일만 계속하는 기업은 망한다”고 말했다. IT인프라 전문가인 박 대표는 IBM에서 일하다 2009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2014년부터는 네이버클라우드(옛 NBP) 대표를 맡아 왔다.

왜 B2B를 강화하나.
우리가 B2C에 강하기 때문이다. 앞서 통신사나 시스템통합(SI) 기업 등 자금력·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클라우드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들을 제치고 성공한 건 고객을 아는 B2C 기반 플랫폼 회사들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 에져 등이다. 아마존은 쇼핑, 구글은 검색, MS는 운영체제(OS)로 B2C 역량을 쌓은 회사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회사다. 네이버도 그렇다.
회사 이름도 바꿨다.  
B2B 쪽에선 기업 이름에 핵심 서비스, 제품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LG화학, 삼성중공업 등 한번 들어도 뭐하는 회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NBP하면 뭐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클라우드를 사명에 넣었다.
클라우드 사업을 사진 저장해주는 서비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클라우드 사업을 '기업이 하는 행위 중 본질적인 업무를 뺀 나머지 일을 대신 해주는 사업'으로 정의한다. 게임을 예로 들면 개발할 때 저장공간이 있어야 하고 해킹을 막을 보안도 필요하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결제와 정산을 잘 해줘야 하고 게임 이용자끼리 커뮤니티도 만들어줘야 한다. 이걸 기업이 직접 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클라우드는 이 모든 걸 적절한 값에 대신해준다. 게임사는 본업인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네이버의 클라우드 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클라우드를 쓰겠다는 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공공과 금융, 의료, 게임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쓸 수 있다. 우리 서비스는 22개로 시작해서 지금은 170개까지 늘었다. 반찬이 170개 나오는 뷔페를 생각하면 된다. 먹고 싶은 반찬(필요한 기능)을 골라서 갖다 먹으면 된다. 저장공간, 서버, 비즈니스 협업 툴 같은 기능부터 인공지능(AI) 비서, 데이터 분석까지 다 해결해줄 수 있다. 이 사업에선 단품 메뉴로는 경쟁력이 없다. 모든 걸 갖춰놓은 '뷔페 전략'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잘 엮어서 필요한 기업에 적시에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어떤 기업이 네이버클라우드를 이용하나.
한국은행, 한화생명, 코레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국대학교병원 등 2만 개 기업(계정 기준)이 이용 중이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인 삼성닷컴 전체가 네이버클라우드로 이전해 왔다. 우리 클라우드를 쓰는 게임만 300개쯤 된다. 글로벌에서도 성장 중이다. 리전(데이터센터)이 한국에 6개 있고 일본, 홍콩, 싱가포르, 독일, 미국 동·서부 등 해외에 6개가 있다. 세계조세기구가 우리 클라우드를 쓴다.

글로벌 클라우드 절대 강자는 AWS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이 발표한 2분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동향에 따르면 AWS는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였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MS, 알리바바, 구글에 이은 5위다.

AWS가 시장을 이미 장악했는데.
서비스 종류(170개)나 기술력에선 AWS에 뒤처지지 않는다. 가격경쟁력도 있다. 외국 업체들은 1~2년 사용료 깎아주고 락인(Lock-in·플랫폼에 소비자를 가두는 전략) 효과를 거둔 후 사용료를 비싸게 올린다. 우리는 AWS만큼 많이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덩치가 큰 AWS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인력·시설 운영비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구조로 가는데 우리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비용이 덜 들어가므로 적당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최소한 AWS에 가격으로는 지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으론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21년 넘게 플랫폼 사업을 했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IT서비스가 뭔지 가장 잘 안다. 또 한국 고객과 의사소통도 가장 잘 된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우리만큼 고객 친화적으로 대응할 회사는 없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의 제1데이터센터 '각' [사진 네이버]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의 제1데이터센터 '각' [사진 네이버]

AI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나.
모든 클라우드 기술에 AI가 들어간다. 예컨대 AI 비서에게 '회의 잡아줘'라고 얘기하면 AI가 참석자에게 공지하고 회의실을 예약해준다. 내년 1월 출시할 서비스엔 얼굴인식 AI가 들어간다. 회사 출입증이나 지문인식기기 없이 얼굴만 보여주면 된다. 기업은 직원 사진과 이름만 등록해 놓으면 끝이다.
앞으로 계획은
2017년부터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그 이상 성장할 것이다. 분야별 고객에 특화된 영역별 서비스 패키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 소상공인 등 분야는 다양하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팩플레터 구독은 여기서→ https://url.kr/qmvPIX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