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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즉시 미국 날아갔던 아베…스가는 서두르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정부도 대선 결과에 따른 향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대선 결과 확정되는 1월 이후 방미 #"트럼프 재선해도 처음부터 시작" #아베 전 총리 '특사' 방안도 거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르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곧바로 미국을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방미 일정을 1월 이후로 검토하고 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 등을 감안해, 최대한 혼란이 진정된 이후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엔 일본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1월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 이후로 미뤄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이처럼 스가 총리가 미국 방문 시점을 여유 있게 잡은 것은 4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당시 외국 정상 중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다.

외교가에서는 이와 관련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외교 분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우선 아베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역시 최근 몸 상태를 거의 회복해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16년 대선 직후인 11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셋째)가 뉴욕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대선 직후인 11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셋째)가 뉴욕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트럼프와 바이든 양쪽 당선 가능성에 모두 대비하며 “어느 쪽이 당선돼도 상관없다”(외교 소식통)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권에서 미·일 관계는 정상 간의 친분이 많이 작용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연속성 차원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관계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외무성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조금 더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관계 강화, 국제 협력 등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일미군 주둔비용 협상 등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 신문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할 경우 오바마 정권 당시 인맥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 지난해 5월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방미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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