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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낭만을 가장한 가을 불청객 '계절성 우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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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전문의 칼럼 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바닥에 수북이 쌓인 붉은 낙엽, 길가를 걸으면 피어오르는 붕어빵이나 호떡 같은 간식들의 연기, 옷깃을 여미게 파고드는 찬 바람까지, 완연한 가을이다. 가슴속에 품어둔 시 한 편이 생각나는 센티한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2주 이상 우울감, 고독감, 외로움을 느낀다면 단순히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닌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가을이 될 때마다 부쩍 쓸쓸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심리적 문제와 함께 신체나 환경의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의 호르몬에는 변화가 나타난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햇빛을 받으면 생성되는데 가을에는 해가 짧아지면서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우울감에 대한 면역은 약해지고 기분은 자꾸 가라앉는다. 또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은 주로 밤에 많이 분비되는데, 갈수록 해가 짧아져 그 양이 과해지면 때로 과도한 수면과 함께 처지고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가을에 느끼는 고독감, 쓸쓸함의 원인이 일조량 부족 탓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계절성 우울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을철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모든 사람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했다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기분이 호전된다. 하지만 지나친 수면이나 과도한 식욕, 무기력함, 감정 기복, 집중력 저하 등이 2주 이상 나타나면 일반적으로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고 행복한 가을과 겨울을 보내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수면 주기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활발한 분비를 위해 의식적으로 햇빛을 쐬어보자. 낮에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D 합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일상에 활력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한다. 시금치·피칸·고구마·두부·바나나 등은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우울·불안하게 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계절성 우울증을 물리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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