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동국, "마지막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슬프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전북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을 마친 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을 마친 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슬프지 않더라.”

프로 23년을 마치는 은퇴 경기를 치른 이동국(42·전북 현대)이 밝힌 소감이다.

이동국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 대구FC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전북은 K리그1 최초의 4연패와 함께 통산 최다인 8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화려한 은퇴식에서 이동국은 “마지막이란 단어 자체는 슬프다. 그래도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슬프지 않더라” 말했다.

전북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을 마친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을 마친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 자녀인 오남매는 영상을 통해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를 불렀다. 이동국은 “아내를 비롯해 다섯 꼬맹이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축구선수 삶을 사는걸 이해해주고 존경해줬다. 많은 시간을 못보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 등번호 20번은 구단 선수 최초로 영구결번됐다. 이동국은 “운동장에 들어면서부터 20번 유니폼이 많이 보여서 울컥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내편이 되어준 전북 팬들과 MGB(서포터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은퇴하는 날에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끝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풀타임을 뛰며 모든걸 쏟아부은 이동국은 “더 이상 나에게 (기회가) 없을거라는 생각에,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갖고 뛰었다. 앞으로 경련이 없는 운동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이동국 은퇴식을 함께했고 통크게 자동차 선물도 줬다. 이동국은 “회장님이 상패를 주시면서 ‘이제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차 선물보다 말씀이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선수 은퇴에 있어주신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화려한 은퇴식이었다”고 했다.

전북은 2005년 이전까지 만년 하위팀이었다. 2009년 이동국이 온 전과 후로 역사가 나뉜다. 이동국은 “2008년까지는 우승을 바라볼 수 없는 팀, 연패에 의미를 두지 않는 팀이었다. 2009년 우승컵을 들고난 다음부터 항상 우승을 바라보는 팀, 홈에서 상대를 그냥 보내지 않는 팀이었다. 자력 우승을 해본 선수들이 DNA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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