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치료제 '이레사' 기적의 신약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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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단계에서 국내 폐암환자에게 전격 투약됐던 영국계 제약사 비(非)소세포 폐암치료제 `이레사'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 `기적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임상시험중인 이레사는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전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동정적 사용요법 계획에 따라 지난해 12월말 국내 말기 비소세포 폐암환자 70명에게 무료로 투약됐다.

당시 식약청은 이 약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임상시험단계인데도 투약을 허용했었다.

이는 기존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폐암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치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특히 식약청은 이레사의 국내 공급물량이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국립암센터 이진수 박사 등 폐암전문가 6명으로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구성,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투약대상 환자 70명을 선정했다.

선정기준에 따라 폐암 이외의 다른 악성종양이 있거나 방사선 치료 또는 다른 전신적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다른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약받고 있는 경우 등은 선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식약청은 이레사를 1∼5개월 투약받은 말기 폐암환자 가운데 19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사용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3명은 치료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식약청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이레사를 계속 무료공급받고 있는 환자는 33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레사는 암세포 증식효소인 티로신 키나제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억제, 세포 내로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막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다르다'면서 '그러나 치료 효과 측면에서 기적의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평가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에서의 이레사 투약 결과는 기존 화학요법으로는 더이상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말기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정식 임상시험결과가 아니다'면서 '이에 따라 이 결과를 가지고 이레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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