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관전 건강학] 심장 약한 사람 응원때 몸 움직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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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16강 진출을 향한 국민 성원이 뜨겁다. 승패가 엇갈리는 현장에선 극도의 좌절과 기쁨이 교차하게 마련.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휩쓸리다보면 절제되지 않은 흥분으로 예기치못한 건강 복병을 만날 수 있다.

온 국민의 축제 한마당,월드컵 관전 건강학을 소개한다.

◇걱정되는 심장병 돌연사

과도한 긴장은 혈압과 맥박을 올려 심장에 부담을 준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흥분과 긴장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혈압을 높이고 호흡을 가쁘게 하며, 심장박동을 빠르게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평소 혈압이 높거나 협심증이나 부정맥 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1996년 유럽 축구 챔피언 결정전 기간 중 독일 남성의 심장병 사망률이 다른 날에 비해 50% 가량 더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유럽축구 선수권대회의 네덜란드.이탈리아간 준결승전에선 네덜란드 사람이 평소보다 두배나 많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네덜란드가 1대 3으로 져 탈락하자 충격을 받았던 것.

◇온몸으로 응원하면 긴장 해소

심장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용을 쓰는 자세에서 마비가 생기기 쉽다.

골프에서 퍼팅때 심장마비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슴 졸이며 퍼팅을 할 때 심장의 산소 요구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TV로 시청할 때가 꼭 이와 같다. 따라서 마음을 졸이며 꼼짝 않고 보는 것 보다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고, 소리를 지르며 관전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협심증 환자는 니트로글리세린 등 응급약을 준비했다가 흉통이 생기면 급히 사용한다. 뇌졸중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뇌졸중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혈전(血栓)생성을 억제하는 아스피린을 월드컵 기간 중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대 보호와 피부관리

응원을 하기 위해 갑자기 목을 사용하면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후두가 붓고 염증이 생긴다. 성대에 결절(結節)도 생긴다. 말하기 어렵고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이 때문.

성대는 얇은 판막 두 개가 초당 1백~2백회 정도 진동하는 발성기관. 쉽게 건조해지고 염증이 생기면 금세 가라앉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성대 결절에 영향을 미친다.

흥분을 하면 소리가 커지면서 성대 점막의 움직임도 빨라져 강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안회영 교수는 "성대를 보호하려면 준비운동 하듯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목을 가다듬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흡연과 음주는 성대의 천적. 성대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충혈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는 단 한번의 큰소리에도 성대 결절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관전 자세는 바르게

목과 허리도 조심하자. 소파에 비스듬히 드러눕다시피한 자세로 장시간 TV를 시청할 경우 관절과 인대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손으로 목을 괸 채 시청하는 자세도 한 쪽으로 목이 꺾여 경추염좌를 일으킨다. 요통이 있는 사람이라면 쿠션이 좋은 푹신한 의자보다 딱딱한 의자에 허리를 곧게 편 채 앉아 시청하는 것이 좋다.

◇뒤풀이가 정신건강에 좋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형성됐던 극도의 긴장감이 시합 종료와 함께 이완되면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문제는 시합에 패배했을 때 나타나는 분노와 허탈감. 경기 결과에 집착하고, 쉽게 감정에 동요하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

신영철 교수는 "사람의 감정은 전염되는 것이므로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관전하며 정서를 공유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뒤풀이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면 부정적 감정도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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