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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25%P 밀린다…믿었던 '교외지역 여성'의 변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때 미국 공화당의 믿을 만한 텃밭이던 '교외 지역 여성'의 표심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서 떠나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 VOX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교외 지역 여성들은 지난 2018년 중간 선거 때 민주당을 지지하며 트럼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여성들의 삶이 타격을 받으면서 트럼프 정부를 저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VOX에 따르면 전국 및 주별 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여성들 사이에서 트럼프보다 평균 25%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공화당 텃밭이던 교외 지역 여성들의 표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한 여성이 "트럼프는 바이러스이고 당신의 투표는 백신"이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과거 공화당 텃밭이던 교외 지역 여성들의 표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한 여성이 "트럼프는 바이러스이고 당신의 투표는 백신"이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가능성이 있는 여성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게 두 자릿수 % 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다.

폭스뉴스가 최근 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4개 주에서 한 조사에서도 교외 거주 여성의 경우 바이든 후보가 두 자릿수 %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무려 35%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교외 지역 여성'이라는 뜻을 지닌 SWAT(Suburban Women Against Trump)를 조직한 시라 타란티노가 지난 15일 "우리는 결코 뒤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적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에 반대하는 교외 지역 여성'이라는 뜻을 지닌 SWAT(Suburban Women Against Trump)를 조직한 시라 타란티노가 지난 15일 "우리는 결코 뒤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적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23일 플로리다주 은퇴마을인 더빌리지스 유세에서 "교외 거주 여성들이여, 제발 나를 사랑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왜 교외 지역 여성들은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을까.

우선 코로나 19 대응 실패 때문이다. VOX는 "코로나 휴교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에 직장생활까지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이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에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기업가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인 케이티 마조코(34)는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됐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마조코는 아픈 와중에도 문자·전화 등으로 1만여명에게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의 목적은 트럼프 정권 교체다. 교외 지역 여성들은 풀뿌리 조직으로 학부모회 등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트럼프 재선 저지에 나서고 있다.

VOX는 "이들이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례하고, 마초적이며, 혼란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교외 지역 여성의 성향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교외 지역 여성들의 모임까지 생겨났다. 원래 이들은 '공화당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트럼프의 코로나 19 대응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렸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에 반대하는 교외 지역 여성들의 모임까지 생겨났다. 원래 이들은 '공화당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트럼프의 코로나 19 대응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렸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모욕 발언 리스트'가 너무 길어진 것도 원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트럼프가 모욕적인 발언을 한 건수는 598건에 달했다. 보수 성향의 캔자스시티에 사는 교사 클레어 레이건은 트럼프 집권 이후로 아예 TV를 꺼두고 있다. 레이건은 "내 아이들이 트럼프의 말투로 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트럼프 거부 반응을 보이다 보니 공화당을 지지하던 한 가정에서 남편은 트럼프를, 아내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루이지애나 주 외곽에 사는 간호사 마사(성은 밝히길 거부함)는 공화당원이었지만 올해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반면 마사의 남편은 트럼프에게 집착하고 있다.

마사는 남편을 비롯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정치인이 아니라 마치 가족처럼 감싸주는 모습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VOX에 "나보다 트럼프가 더 중요하냐고 남편에게 물었는데 남편은 나를 쳐다보았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교외 지역의 인구 구성 자체가 변한 것도 트럼프에는 불리하다. 과거에 교외 지역은 백인 일색이었지만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은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100대 대도시 지역 중 36개 지역에서 교외 인구의 최소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대학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홉킨스는 "오늘날 미국 교외 지역은 인구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의 나머지 지역들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라면서 "이 교외 지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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