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0원 준대서 따라갔는데···코로나 이후 인도 아동유괴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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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장기화하며 아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사례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26일 CNN이 보도했다.

인도 소년 무집(14)은 "놀러 가자"면서 500루피(약 7600원)를 건넨 남성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얼마 못 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인신매매범이었다. 남성은 다른 두 명의 용의자와 함께 인도 아동 밀매법에 따라 체포돼 기소됐다. 무집을 비롯해 버스에 탔던 19명의 아이도 구조됐다. 인도 자이푸르 경찰은 "자칫 아이들이 공장에 팔려가 강제 노동을 할 뻔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올해 4월~9월 인도 전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어린이 1127명이 구조됐다.

인도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봉쇄된 도시에서 간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봉쇄된 도시에서 간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강제로 일터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늘어난 건 코로나 19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이 늘면서다.

유니세프가 지난 7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인도가 전면적으로 봉쇄된 이후 인도 동부에 위치한 비하르 주에 사는 이주 노동자 가구의 절반 이상이 소득을 전부 잃었다. 이 지역에는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인신매매범들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이용한다. 돈을 주며 놀러 가자고 꾀기도 하지만, 생계가 절박해진 부모가 아이를 넘기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며 아이들을 유괴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며 아이들을 유괴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1500루피에 팔려간 열두살 니샤드는 창문도 없는 방에 갇혀 5개월간 하루 15시간 동안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아동권리 활동가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경찰이 공장에 들이닥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취약계층 아동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인도 어린이들이 이번처럼 위기에 직면한 적은 없다"고 짚었다. 그는 "유괴된 아이들은 강제 노동을 하거나 거리에서 구걸하다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강연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강연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4만~5만명대로 예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 수는 790만명을 돌파해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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