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학생 사진 보냈다가 신상 털린 중학생…'사진 합성' 페북글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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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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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또래 여학생의 성희롱 사진을 합성해달라고 의뢰한 중학생이 되레 협박을 당하고 신상이 공개되는 일이 발생해 교육 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26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대구의 한 중학생 A군은 페이스북에서 '사진 합성해 드립니다'는 게시물을 보고 상대방에게 연락했다.

A군은 신원 미상인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텔레그램을 설치한 뒤 B양 등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여학생들 사진과 이름 등을 보냈다.

A군이 이들의 협박에 시달리게 된 건 이 직후였다. 사진을 받은 상대방 측은 태도가 돌변하더니 A군에게 되레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껏 한 일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신상을 요구했다.

또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자신들이 만든 규칙 등을 따르게 하고 A군의 반응이 느리면 바닥에 머리를 박는 영상을 찍어 보내도록 했다. A군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욕설과 함께 자살을 강요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런 일을 견디다 못한 A군은 가족과 B양 등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후 A군이 다니는 중학교 학생들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텔레그램 감시단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A군 얼굴 사진과 반성문, B양 등을 성희롱한 글 등이 유포됐다.

사안을 확인한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대책심의회를 통해 A군에게 높은 수위의 처벌을 내리는 등 조처에 나섰다. A군의 사례처럼 온라인에서 지인 사진 합성 광고 글을 보고 제작을 의뢰했다가 각종 협박을 당하는 일이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부분도 확인했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진 합성 의뢰를 빌미로 학생을 협박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텔레그램 감시단 참교육'에 대한 수사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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