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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김정은, 비핵화 위해 핵 감축 동의하면 만날 수 있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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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07면

미 대선 D-10 카운트다운

22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미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미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 핵 능력을 감축하는 데 동의한다는 조건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미국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다.

미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트럼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 #바이든 “히틀러와도 사이 좋았다”

바이든 후보의 발언은 ‘국가 안보’ 분야를 주제로 한 문답 과정에서 나왔다. 사회를 맡은 크리스틴 웰커 NBC방송 백악관 출입기자는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최근 북한은 가장 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고 핵 개발도 계속하고 있다.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고 말한 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야기로 끌고 갔다. 2016년 당선 직후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내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서울은 (북한으로부터) 25마일(약 40㎞) 떨어져 있고 수백만 명이 살고 있다. (전쟁이 났다면) 3200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안전한 미국이 됐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미사일을 예전보다 더 많이 보유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진행자가 “그동안 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지는 않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조건으로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바이든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nuclear free zone)를 달성하기 위해 핵 능력을 감축(drawing down)하는 데 동의한다는 조건이면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을 “살인적인 폭군”이라고 칭하면서 당선될 경우 트럼프식 정상회담은 없을 것임을 시사해 왔다.

바이든 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북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은 (비핵화) 합의에 기여해야 한다”면서다.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 인사로부터 “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중국 가까이 배치하느냐, 왜 한국과 군사 작전을 계속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군사적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만약 뭔가를 하고 싶다면 나서서 도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합법화해줬다. 폭력배(thug)를 좋은 친구로 부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거듭 비판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원하지 않았다. 그는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유럽을 침공하기 전까지는 히틀러와도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 후보의 북한 관련 발언이 구체화된 정책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아직 백악관에 입성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확정된 전략 기조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바이든 후보가 본인 얘기대로 핵무기 감축 합의를 만남의 조건으로 생각한다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볼턴식의 강경 보수파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로 죽을 뻔한 미국인 220만 명의 생명을 자신이 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지금 확진자가 치솟고 있는 유럽에 비해 미국은 나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금까지 22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망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우리는 전염병을 안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하자 “전염병과 함께 죽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인종 갈등 문제에서도 두 후보의 입장은 극명히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 방에서 가장 덜 인종차별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바이든 후보는 “근대 역사에서 가장 인종차별주의자 대통령 중 한 명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역공했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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