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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종전선언 띄우는데 김정은 "中장병 붉은 피 땅에 스며있어"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중국군의 6ㆍ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남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중국군 묘원)을 참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2일 전했다.

참전 70주년 맞아 모택동 아들 묻힌 묘지 참배 #2013년과 2018년 이어 이번이 세번째 #"미 대선, 종전선언 의식한 북·중 밀착 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상릉원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상릉원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의 참배에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당정군 고위 관계자가 총출동해 북·중 친선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극히 곤란한 형편에서도 우리(북한)를 희생적으로 지지 성원한 중국인민지원군의 불멸의 공적과 영웅적 위훈은 우리 인민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 안에 있는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 안에 있는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찾은 회창군 묘역은 북한이 조성해 놓은 6곳의 중국군 묘역 중 하나로, 전쟁 당시 중국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전쟁 중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도 이곳에 묻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중국 인민지원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해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중국 인민지원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해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전했다. [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중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향후 대미협상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염두에 두고 중국군의 참전을 부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묘역에서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있다”며 “우리 당과 정부와 인민은 그들의 숭고한 넋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는 항상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군 참전을 기념해 묘역까지 간 건 한국이나 미국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10일)을 맞아 준비했던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을 김 위원장 관람 뒤 취소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12일부터 31일까지 당 창건 행사 일환으로 대규모 공연을 준비했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시범공연을 본 직후 공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에도 김 위원장 관람 뒤 공연을 중단하고 내용을 수정한 뒤 공연을 재개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김 위원장 관람 이후 공연 내용을 수정하거나 최근 북한이 노동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80일 전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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