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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옵티머스 펀드, 은행서도 팔 뻔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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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 [연합뉴스]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겨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주요 시중은행을 통한 펀드 판매를 추진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증권사에 한정했던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 창구를 은행으로 확대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뜻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펀드 판매를 거절했다.

2018~19년 은행에 잇단 판매 제안 #은행들 “투자 리스크 크다” 거절 #증권사 너무 빠른 판매 결정 더 의문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2018년과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에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8년 무렵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라는 상품의 제안서를 보내왔다”며 “상품 자체가 생소하고 운용사 규모도 작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옵티머스에서 (펀드) 판매 제의가 있었다. 투자 리스크(위험)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최종 거절했다”고 전했다.

옵티머스는 지난 6월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 직전까지 NH투자증권 등을 통해 펀드를 판매했다. 옵티머스가 펀드를 통해 투자한다고 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상품’이었다. 옵티머스는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대량으로 위조해 판매 증권사에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기준으로 옵티머스 펀드의 잔액은 5151억원, 펀드 수는 46개였다. 이 중 24개 펀드의 2401억원에 대해 환매가 중단됐고 나머지 펀드도 만기가 돌아오면 환매가 중단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판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432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이투자증권(325억원)·한국투자증권(2817억원)·케이프투자증권(148억원) 등이었다.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 중 개인은 928명(2404억원), 법인은 184곳(2747억원)이라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융계에선 생소한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데 일부 증권사들이 너무 빠르게 판매를 결정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라는 이름은 알고 있지만 어떤 상품을 팔고 있는지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회사였다”며 “판매사들이 투자제안서를 받고 불과 며칠 만에 판매를 결정한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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