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 20주년] 테러주범 北 강민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아웅산 테러의 주범인 세명의 북한 공작원 가운데 강민철(47)은 천행으로 살아나 힘들게 살고 있다. 북한군 정찰국 특공대 소속 강대위는 테러 발생 하루 뒤 진모 소좌와 함께 미얀마 경찰에 체포됐다. 강은 체포될 당시 안전핀을 뺀 수류탄을 들고 대치하다 수류탄이 터져 오른팔을 잃었다. 신기철 대위는 총알밥이 됐다.

1984년 두 사람에 대한 사형 선고가 확정됐고 85년 4월 진모는 교수형됐다. 유일한 생존 공작원 강민철은 양곤 외곽의 인세인 교도소에서 20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양곤 시내에서 승용차로 40여분. 인세인 교도소는 몇 겹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4천여 죄수가 있는 곳이지만 허름한 철문이 정문을 가리고 있다. 강민철 면회는 금지돼 있다.

양곤의 미얀마 교도관들과 국제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그에 대한 단편적인 근황을 들려준다. 한결 같이 "그는 건강하다" "쾌활한 성격에다 예의 바른 행동으로 '신사'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강은 자신의 장래를 굉장히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일절 연락도 없이 영어와 불교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뿐이다.

강민철은 93년 10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처음 면회했을 때 일절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15분 가량 그를 만났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웅산 테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국에 가고 싶으냐"고 하자 "여기 있는 게 행복하다. 남북 어디도 가고 싶지 않다"고 버텼다는 것이다.

같이 정치범으로 복역했던 한 야당 인사는 그 뒤 "그가 코리아로 가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남북한 어느 쪽인지는 그만이 알고 있다.

양곤=이양수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1983년 10월 9일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묘소에서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한국 대표단 일행. 왼쪽부터 함병춘 대통령비서실장, 이계철 주버마대사,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서석준 부총리, 김기성 연합통신차장과 이해순 주이슬라마바드부 총영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