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조세 회피 다국적 기업에 1000억 달러 세금 물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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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운동가가 지난 2018년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스크와 복장을 입고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 시민운동가가 지난 2018년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스크와 복장을 입고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금 회피를 위해 조세피난처를 찾아 나선 다국적 기업에 1000억 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세금을 물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다국적 기업에 적용할 추가 세제를 구상하고 있다”며 “세무 당국이 법인세를 최대 4%까지 더 징수할 수 있는 세제 개혁안에 대해 135개국이 넘는 국가의 합의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과세 대상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과 유럽 명품 기업 등이다. OECD에 따르면 이들에게 더 거둬들일 수 있는 법인세는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OECD는 “수익성 높은 미국의 빅 테크 기업과 유럽 명품 업체가 사업을 하는 곳에서 세금을 내고, 이익을 조세피난처로 옮길 수 없게 하는 것이 이 개혁안의 목표”라고 밝혔다.

 OECD가 구상하는 세제개혁안에 대한 나라별 입장은 다르다. 미국은 이러한 개혁안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가 구글세를 도입하자 미국은 프랑스산 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OECD는 법인세 개혁을 통해 이런 갈등과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부가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 회피에 나서는 기업을 겨냥한 세제를 도입할 경우 나라 간 조세와 무역 분쟁이 늘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이 기회비용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손실을 막기 위해 OECD가 구상한 다국적 기업용 법인세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징세 방식의 개편이다. 회사의 본사를 기반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분포에 따라 이익을 나눠, 그에 따라 법인세를 해당 국가에 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00억 달러 규모의 법인세가 전 세계로 재배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은 유럽과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법인세를 내야 한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 명품 업체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미국에 법인세를 더 내게 된다.

두 번째는 모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저 법인세를 정하는 방안이다. 본사가 조세피난처에 있더라도 각국이 해당 기업에 최저 기준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본사를 조세피난처로 옮길 유인이 줄어든다. OECD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개편으로 투자가 다소 위축될 수 있지만 세계 GDP의 0.1%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미미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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