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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황반변성 주사 치료제, 안구 감염 위험 대책은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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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조인찬 황반변성환우회장 

시각 장애를 체험하는 카페가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필자처럼 시각 장애를 후천적으로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시각장애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를 얻은 후에는 시력의 소중함을 느끼고 눈 건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시각 장애 체험 카페에 다녀온 사람들도 간단한 움직임뿐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행동도 아주 어려웠다고 한다.

필자는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잃고 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땐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시각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다.

근데 최근 가슴 철렁한 소식을 들었다. 다름 아닌 대장암 등에 쓰이는 항암제를 망막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동네병원에서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에서는 ‘아바스틴’이라는 항암제를 이미 망막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최초에 항암제로 개발된 이 제제가 황반변성과 같은 망막 질환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병원뿐 아니라 작은 동네병원들에서도 아바스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다.

아바스틴은 항암 치료 목적으로 대용량으로 시판됐기 때문에 망막 질환 치료 시에는 눈에 필요한 만큼씩 여러 번 나눠 안구에 직접 주사하게 된다. 문제는 이 주사를 여러 번 나누는 과정이다. 작은 동네병원에서 이러한 주사를 나누는 과정을 과연 얼마만큼 안전하게 감염에 노출되지 않고 시행할 수 있을까가 이 사안의 관건이다.

주사에 의한 ‘감염’ 사례는 얼마 전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신경외과·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흔히 통증 주사로 알려진 신경·관절 주사 등에 의한 사례도 왕왕 알려졌다.

이처럼 감염에 취약한 주사로 안구에 직접 투여되고 이것이 환자의 시력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병원에서도 주사에 의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작은 동네병원들은 과연 절차를 얼마나 철저히 지키고 관련 시설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을까.

해외에서는 아바스틴을 망막 질환에 사용할 경우 국내와 달리 특정 업체에서 1회 용량으로 분할해 시중에 판매한다. 또 기존 주사를 1회 용량으로 나누는 과정도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진행한다. 특히 환자에게도 항암제를 망막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이유 등에 대해 철저히 사전에 고지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은 3대 실명 질환에 속할 만큼 흔한 질환으로 주로 노인이 걸린다. 망막 질환이 아닌 항암제로 시판된 제제를, 감염에 노출된 주삿바늘로 나 혹은 가족의 안구에 직접 주사한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쉽게 동의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필자와 같이 시력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여러 환우에게 정부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아닌 감염에 노출된 주삿바늘을 들이밀지 않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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