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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시어머니, 편집 며느리…요즘 유튜브 고부는 이렇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밥 할머니' 전영자씨가 된장찌개 먹방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집밥 할머니' 전영자씨가 된장찌개 먹방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안녕? 집밥 할머니야. 오늘은 우리 손주들이 된장찌개에 계란후라이를 먹어달라고 해서 된장찌개를 맛있게 바글바글 끓였어.”

유튜브 채널 ‘집밥 할머니’에서 전영자(63)씨는 이런 말을 하며 된장찌개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였다. 전씨가 유튜브 채널에 주로 올리는 콘텐트는 집밥 음식들을 직접 만들고 이를 먹어보는 식이다. 지난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할머니 유튜버”라는 입소문을 타 하루 만에 구독자가 10배(350명→4300명) 넘게 늘기도 했다. 9월 말 기준 구독자는 7700명대다.

전씨가 오이지를 무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전씨가 오이지를 무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예순이 넘은 전씨가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며느리 유복덕(38)씨의 공이 컸다고 한다. 유씨는 시어머니 전씨에게 “한살이라도 젊을 때 추억을 많이 남겨야 한다”며 유튜브 도전을 권유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들 고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유튜브 출연은 시어머니가, 편집은 며느리가 

전씨가 소고기말이를 굽고 있다. 사진 전씨

전씨가 소고기말이를 굽고 있다. 사진 전씨

할머니가 유튜브라니. 처음에 망설이셨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시) 원래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에요. 젊었을 땐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한 적도 있어요. 결혼 후 현실에 치여 원래 제 모습을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 마침 며느리가 유튜브를 해보면 어떻냐고 하길래 ‘좋다’고 했었어요. 며느리가 하라고 하는 건데 나쁜 걸 리 없잖아요.  
왜 하필 시어머니에게 영상을 해보라고 하신 거예요.
(며) 제가 막둥인데요. 엄마가 절 44세 때 낳으셨어요. 원래 영상 일을 했었는데 결혼하고 철들면서 남의 영상이나 만들지 말고 엄마 영상이나 찍자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엄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어요. 점점 말라가는 엄마를 찍긴 쉽지 않았죠. 엄마를 보낸 후 ‘우리 어머니를 꼭 행복하게 해줘야지’라는 생각에 유튜브를 해보자고 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며) 엄마가 아플 때 시어머니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시고 정말 고마웠어요. 두고두고 생각나더라고요. 엄마 돌아가시고 일 때문에 엄마를 많이 못 본 것 같아서 일을 서서히 접었어요. 이후 시간이 생기면서 시어머니에게 자연스레 눈이 가더라고요.  
‘집밥’ 콘텐트를 만드는 이유는요.
어머니가 하루 쉬는데 이것저것 시키려고 하니까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때마침 엄마 아플 때 시어머니가 반찬을 이것저것 챙겨주신 부분이 생각났어요. 음식 솜씨가 좋으시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이걸 찍자’고 생각해 먹방이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죠.  
유튜브 촬영이 힘들진 않으세요.
(시) 전혀요. 제가 아직도 생업이 있어서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데 그날 찍어요. 그래도 며느리랑 함께 있으니까 좋지요.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며) 남편이 촬영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응원 많이 해줘요. 두 딸은 다 초등학생인데 학교에 가서는 구독해달라고 말도 한대요. “우리 할머니 대단하다” 이러면서 놀라기도 해요.  
고부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시)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우린 마음을 열고 얘기할 뿐이에요.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며) 시어머니는 제가 뭘 해도 딴지를 거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일이든 뭐든 제가 한다는 건 항상 응원해주셨어요.  
유튜브 채널의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며) 추억을 쌓고자 만든 채널이라 구독자·조회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오래오래 만들고 싶어요. 구독자분들도 그런 말씀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비행기를 한 번도 안 타보셨는데 제주도를 갈 때라도 제가 꼭 언젠간 비행기 한번 태워드리고 싶어요.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시) 손주들아! 정말 고마워. 밝고 씩씩하게, 건강한 게 최고야.   
(며) 엄마를 보내고 나니 엄마 목소리가 정말 듣고 싶더라구요. 사진으로만 남겨두면 목소리를 점점 잊게 돼요. 부모님 움직이는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세요.
손주(구독자)들에게 하트를 보내는 전씨. 전씨는 유튜브 구독자를 손주라고 부른다. 사진 전씨

손주(구독자)들에게 하트를 보내는 전씨. 전씨는 유튜브 구독자를 손주라고 부른다. 사진 전씨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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