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보건소·시립의료원 설땅 좁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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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시립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개원바람이 일면서 의사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충원이 쉽지 않아 서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이때문에 보건소를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부족한 의사=대구 서구보건소는 정원 3명인 진료의사가 한명도 없다.올들어 3명 모두가 개업 등으로 이 보건소를 떠났기 때문이다.대신 의사인 보건소장이 진료업무를 혼자서 도맡고 있다.

보건소측은 채용공고를 두번씩 내고 대학병원 ·의사회 ·의대에 공문을 보내 의사추천을 요청했지만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겨울철이라 당장 예방접종 등 진료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의사부족 장기화로 진료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수성구보건소는 소장을 포함,의사정원이 4명이지만 지금 2명뿐이다.올 4,8월 의사들이 공부 ·개업을 위해 보건소를 그만뒀다.역시 채용공고를 여러차례 냈지만 충원이 안돼 경북대병원 출신인 보건소장의 요청으로 경북대병원에서 레지던트 1∼2명씩을 그때그때 지원받고 있다.

소장을 제외한 대구시내 8개 보건소 의사정원은 21명.이 중 현재 8명이 결원이다.

대구시 보건과 관계자는 “보건소 의사들의 이직이 너무 잦아 통계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원 27명인 대구의료원의 의사는 현재 24명.지난 99년 응급의학과를 신설했지만 아직 의사를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2명이 필요한 마취과는 개설 6개월 만에 한명이 나간뒤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올 7월 의사 1명이 나간 피부과는 진료를 못해 비뇨기과에서 함께 진료하고 있다.

고엽제환자 ·국가유공자를 무료진료하는 보훈병원은 피부과에 아예 의사가 없어 그때그때 임시로 의사를 초빙하거나 경북대병원 등 다른 병원에 위탁해 환자를 진료중이다.지난 11월 1명이 그만둔 내과(현재3명)도 충원이 이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

◇잇따르는 개업=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개원의원수(치과 ·한방제외)는 전국적으로 2만7백63개.의약분업 직전인 2000년 6월말의 1만9천1백47개소에 비해 1천6백16개가 늘어났다.

의사들의 개원은 대부분 도시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공중보건의를 둘 수 없는 도시지역 보건소들이 큰 타격을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병원급 이상은 크게 늘지 않지만 개인의원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인=의약분업이후 보건소는 진료업무가 크게 늘어났고 개업의 등에 비해 보수는 크게 낮은 실정이다.달서구 보건소의 경우 하루 환자는 2백∼3백여명.의약분업 이전에 비해 50% 가량 늘었다.

본인 부담금이 2천8백원인 병 ·의원대신 5백원밖에 하지 않는 보건소에서 진료 ·처방전을 받으려는 환자가 몰리기 때문이다.의사는 환자진료와 수많은 예방접종 등으로 격무를 피할 수 없다.

반면 보수는 한달에 실비변상차원의 진료수당 50만원을 더 줄뿐 공무원 4,5급과 똑같다.분업이후 진료수입이 수백만원씩 늘어 한달 수천여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개원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전공분야 연구가 어렵고 소장자리가 비지 않는 한 일반 공무원과 달리 승진이 불가능해 장래희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공사 ·공단이 운영하는 2차 진료기관인 의료원 ·보훈병원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책=보건소 의사 충원을 위해 현행법을 고쳐 대도시에 공중보건의를 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구보건소 오성룡(50 ·보건행정계)씨는 “보건소 의사들의 보수체계를 바꾸거나 공중보건의 등을 배치하도록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 총무과 관계자는 “의약분업으로 진료수가가 1,3차기관 중심으로 개편돼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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