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 김밥 먹고 집단 이질

중앙일보

입력

도시락 제조업체의 김밥을 먹은 사람 2백여명이 무더기 설사증세를 보이고 의사.초등학생 등 14명은 이미 법정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에 걸린 것으로 나타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제조업체인 S사는 서울시내 대형 뷔페.호텔식당을 포함해 대학병원.학교.고궁.경찰서.교회 등 75곳에 문제의 도시락 5천6백여개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보건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S사가 납품한 도시락 5천6백여개를 먹은 사람 가운데 8백91명의 가검물을 채취해 역학조사 결과 9일 현재 14명이 세균성 이질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원 이종구 방역과장은 "앞으로 2천여명이 설사증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종 이질 환자가 2백여명쯤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원은 문제의 도시락 제조업체 직원 한명이 지난달 30일 장염 증세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종업원에게서 이질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보건원은 S사가 사용해온 지하수에서 지난달 중순 대장균이 검출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점을 중시, 오염된 물에 의한 전염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문제의 도시락이 납품된 S대학병원 두 곳에서는 설사환자 1백40여명이 발생했으나 의사.간호원 등 4명이 이질환자로 확진됐다.

또 지난 2일 서울시내 고궁을 견학하던 강원도 춘천시 K초등학교 학생.학부모 등 41명이 김밥을 사먹고 설사 증세를 일으켜 학생 10명이 세균성 이질 양성으로 판명됐다.

보건원 관계자는 "S사 김밥은 서울시내 일부 뷔페에 하루 최고 1백80개, 호텔에도 30~60개가 납품될 정도로 폭넓게 유통됐다"며 설사 증세가 심한 사람은 보건소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 세균성 이질=환자.보균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환자가 직접 조리한 음식에 이질균이 묻어서 전염되는 1종 법정 전염병이다. 잠복기(1~3일) 를 거쳐 고열.구토.복통.설사 증세를 보이며 가족 내 2차 감염률이 10~40%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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