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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탓에 임진강이 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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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어민들은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 황강댐(총저수량 3억5000만t)이 마냥 원망스럽다. 올여름 사상 가장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 기간 이어진 황강댐의 예고 없는 잇단 방류로 인한 피해가 지속하고 있어서다.

어민 김현옥(50·전 파주시어촌계장)씨는 요즘 참게철인 데도 한 달가량 정상 조업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참게가 모습을 감추다시피 한 때문이다. 지난 집중호우 당시 임진강 물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황강댐이 갑자기 수문을 열어 대량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참게가 하류로 쓸려내려 간 게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뿐 아니다. 집중호우 당시 예고 없이 수문을 열었던 지난달 3일 700여만원 하는 0.58t 어선 한 척이 떠내려가는 피해를 봤다. 그는 이후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은 지난 15일 어선 한 척을 빌려 조업을 시작했지만, 예년의 절반 이하인 어획량에 실망하고 있다. 김씨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수면보다 3m 높은 문산읍 내포리 선착장 안전지대로 선박을 대피시켜 로프로 묶어 놨는데도 황강댐 방류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선박이 유실됐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 들어 7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3차례 열어 방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지난달 5일과 10일에도 황강댐이 또다시 사전 통보 없이 물을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임진강변 주민들이 긴급대피했으며, 선박 8척 유실 및 임진강변 주택·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임진강에서 어선이 떠내려가는 모습. [사진 파주시어촌계]

지난달 10일 임진강에서 어선이 떠내려가는 모습. [사진 파주시어촌계]

앞서 2009년 9월 6일엔 황강댐 무단 방류로 연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6년 5월 16일과 17일엔 무단 방류로 파주 임진강 어민 100여 명의 어구가 대부분 떠내려가는 피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5일 “황강댐 무단 방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낸 게 고작이다. 성명은 “황강댐 방류 시 어떤 통로이든 남측, 경기도에 즉각 그 사실을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희망’하는 선에 그쳤다. 물론 북측은 이후 한 달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이 무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남북이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사전에 댐 방류를 통보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준수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무단 방류는 우리 국민의 재산피해는 물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 당국은 이제라도 비(非)군사적, 비정치적인 이슈인 재난 예방에 협조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댐 방류를 우리 측에 사전에 통보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북한의 무성의가 진짜 문제는 아닐까.

전익진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