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소극적 안락사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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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회생이 어려운 환자의 진료를 중단하는 소위 '소극적 안락사'와 낙태.태아 성(性)감별.대리모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윤리지침을 제정, 15일 선포했다.

의협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쟁점에 대해 윤리적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리지침 가운데 일부 조항은 현행 형법.의료법 등에 저촉될 뿐 아니라 생명 윤리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뜨거운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윤리지침 제30조(회복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는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가족 등이 생명 유지를 위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의사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규정했다.

회생 불가능한 환자나 가족이 무익하거나 무용한 진료를 요구할 경우 의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했다. 현행법은 안락사를 살인죄로 처벌하고 있다.

의협 이윤성(서울대 의대 교수) 전 법제이사는 "중증 환자에게 밥을 주지 않아 죽게 하는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소극적 안락사와는 다르다"면서 "회생이 어려운 환자의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생명 단축이 아니라 죽음의 과정을 줄여 환자가 존엄성 있게 생을 마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리지침 제54조(태아 관련 윤리)는 가출 여중생과 같은 미성년자가 임신했을 때처럼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 신중히 낙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모자보건법상 낙태는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선천성 기형.정신질환 등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낙태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부모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태아 성감별을 허용하고, 금전이 오가지 않는 친족간 대리모는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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