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국내에도 배달됐나" 긴장

중앙일보

입력

"다른 나라 일로만 여겼던 탄저 우편물 공포였는데 막상 접하고 보니 그 심각성을 알 것 같다."

26일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에 노출된 한국화이자 직원들을 격리해 응급조치한 서울중앙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뜻밖의 '환자' 때문에 병원 직원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했고, 한국화이자 직원들이 수용된 별도 건물은 일반 환자와 방문객들의 접근이 차단됐다.

한국화이자 건물도 이날 정오 경찰에 의해 사실상 봉쇄됐고, 경찰.국립보건원.군.소방요원들로 구성된 서울시 생화학합동기동팀 관계자 50여명이 나와 긴박하게 움직이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흰색 가루가 탄저균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지만 27일 오전 국립보건원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국은 비상 대응 체제를 늦추지 못했다.

◇ 대책반 총출동=한국화이자 재정부 직원 金모(49.여)씨가 1층 재정부 사무실에 배달된 봉투를 뜯은 건 오전 10시20분.거래처인 뉴욕 시티은행에서 배달된 대봉투를 뜯는 순간 입구에 흰색 가루로 보이는 물질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한 金씨는 놀라 옆자리 직원에게 알려 112로 경찰에 신고했다.

1백여명의 전직원이 즉각 대피한 뒤 관계당국이 총출동해 우편물을 개봉한 金씨와 사무실 소독 작업을 하고 우편물을 수거했다.

국립보건원이 현장에서 실시한 1차 시약 검사에서는 흰색 가루가 밀가루나 소금 등은 아닌 것으로 밝혀져 정확한 성분 확인을 위해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 격리 입원=회사측은 구급차를 불러 金씨 등 1층에서 근무하는 16명의 직원들을 인근 방지거병원으로 보냈고, 병원측이 더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해 서울중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측은 이들을 장례식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에 마련된 별도 병실에 격리시키고 의사 5명과 간호사 5명을 전담 배치했다.

이어 항생제를 투약한 뒤 가검물을 채취해 배양검사를 했고,이들이 입었던 의복에도 고압 멸균 작업을 했다.

이 병원 대변인 피수영(소아과)박사는 이날 밤 "이들에게서 아직까지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우편물 확인=우편물 발신지는 뉴욕 시티은행의 '오퍼레이션&테크놀러지'라는 부서. 본지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 은행은 한국화이자의 거래 은행으로 문제의 우편물에 인터넷상 금융 거래용 패스워드 교체를 알리는 서류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편물 수신자인 재정부장이 최근 출장을 가면서 직원에게 "미국에서 우편물이 올테니 받아 놓으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단 문제의 가루가 탄저균 테러용일 가능성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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