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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쓰는 기관도 '갑질'…IT업체에 비용 떠넘긴 금융공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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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이미지. [중앙포토]

갑질 이미지. [중앙포토]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공기관 9곳의 정보기술(IT) 용역업체에 대한 ‘갑질 계약’을 자진 시정토록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기관이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IT업체에 떠넘기는 등 불공정 계약을 맺어왔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가 시정을 요구한 9개 금융공공기관에는 금감원·산은·예보와 함께 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중소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도 포함됐다. 금감원 등 기관들은 그동안 사용해 온 계약서를 검토해 자진 시정안을 마련,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공기관 ‘갑질 계약’ 무슨 내용? 

공정위에 따르면 그동안 이들 기관과 IT업체가 맺은 계약서에는 작업 인력 교체 등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비용을 소프트웨어 업체가 부담하게끔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업체들이 계약서에 없는 일을 추가로 하게 됐을 때는 공공기관이 정당한 업무 대가를 지급하도록 계약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등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면 IT업체가 즉시 인력을 교체하거나, 업체가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교체할 때도 기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용역업체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인력 관리에 대한 계약 조항은 모두 삭제하도록 했다.

계약 내용에 대해 서로 간 이견이 생겼을 때는 공공기관의 해석대로 이행하게 하거나 업체가 계약한 업무의 목표를 달성했는지도 이들 기관이 우선 판단하는 조항도 있었다. 앞으로는 계약 해석에 다툼이 있을 때 서로 협의하거나 분쟁조정기구의 조정 절차를 거치고, 업무 목표 수준도 서로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IT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지식재산권도 공공기관에만 귀속하도록 했던 조항도 시정토록 했다. 현재 공공기관들은 이미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몇몇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이에 대한 소유권을 기관이 갖도록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관과 IT업체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기여도와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작업 늦다고 일방적 계약 해지하기도 

IT업체가 계약 기간 안에 소프트웨어 제작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때 내는 일종의 벌금인 지체상금의 상한선을 별도로 두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제작이 늦어졌을 때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앞으로 지체상금의 상한선을 계약금액의 30%로 하도록 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없애도록 했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공공기관이 불공정 계약 조항을 바로 잡은 자진 시정안을 스스로 마련했다"며 "공정위는 자진 시정이 적절히 이뤄지는지를 계속해서 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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