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고시 합격하면 빽 써서 군대 안 가거나 아니면 법무관으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16~2018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민주당을 이끌었고, 그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원 연설을 했다. 당시 전국을 돌며 추 장관이 했던 말이 이랬다. “고시 공부 하면서 예비군 훈련 한 번도 안 빼먹고 특전사 병장으로 3년 동안 24시간 고강도 훈련을 견뎌낸 사람. 그런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국민 후보 국민 대표선수 문재인입니다.”
문 대통령의 군 경력을 들어 정권교체 지지를 호소한 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추 장관을 앉혔다. 청문회 때 고개를 들었던 추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은 21대 국회 출범 후 다시 불거졌다. 8일 한 여권 인사는 “추 장관 아들 문제가 2030 남성층 지지율과 연관돼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두드러기에 걸렸다고 군대도 안 갔는데 예비군 훈련 한 번도 빼먹지 않은 이런 사람, 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 상대 진영의 군 면제나 군 관련 비리에 깐깐한 기준을 들이밀었던 것도 과거의 추미애 대표였다. 그는 2017년 8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이 논란이 됐을 때 “고위 간부의 갑질 행태는 방산비리와 더불어 군의 사기를 꺾는 군 내 2대 적폐 중 하나”라며 “군과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적 행위에 준하는 사건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장은 이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400만원형을 확정받았다. 추 장관 아들 서씨가 받는 혐의 중 하나가 김영란법 위반이다. 서씨의 평창 겨울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과 관련해, 당시 추 장관 정책보좌관 전화를 받았다는 전 국방부 장관실 관계자는 “장관 정책보좌관에게 ‘통역병 선발 청탁을 들어주면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주의를 줬다”고 했다.
해병대에 “한 치 허점 없이 나라 지켜달라”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 시절 여러 차례 군부대를 방문했다. 취임 직후인 2016년 9월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지난달과 이번 달 사이에 북한이 긴장을 높이는 행위와 도발을 하고 있는데, 한 치의 허점도 없이 나라를 지켜주실 것을 장병들께 부탁드린다”고 했다. 연설 후 애기봉 전망대에 올라 북측을 관찰하려던 추 대표가 “앞이 안 보인다”고 하자 옆에 있던 관계자가 거꾸로 든 쌍안경을 바로잡아 줬다.
“여러분 보니까 든든하고, 믿음직하다. 여러분들이 군 생활하고 있는 동안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늘 응원하면서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추 장관은 1년 뒤인 2017년 9월 경기도 고양시 백마부대를 방문해서는 “이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람과 사명과 긍지를 가져달라”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여러분들이 힘든 줄 알고 있다. 내년부터는 사병의 월급도 올라갈 것이고, 군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정부가 많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우리 청년들이 바라는 건 사병 월급 몇푼 더 받는 게 아니다. 국방의 의무 앞에 모두가 공정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