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수도에 탄저병 백신 실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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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탄저균 테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대규모 탄저병 백신 실험실이 존재하고 있다고 16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이 실험실에는 백신 원료로 사용되는 1차물질과 함께 이를 생물학 무기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탄저병 테러 소동에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이 연관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르몽드는 1997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12만5천달러의 예산을 투입, 탄저병 백신 1백50만병을 제조하기 위한 실험실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제네바의 ICRC 본부는 백신 개발에 사용된 탄저균 포자의 유독성이 약하고 실험실 수준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들어 이 실험실이 탄저균 테러에 활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가축전염병사무소측은 "탄저균 포자가 독성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유류에 위험한 독성물질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무소는 "실험실이 초보적인 수준이라 해도 테러 목적으로 조잡한 상태로나마 탄저균을 생산해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첫 탄저병 사망자가 나왔던 미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미디어사의 70대 직원 한명과 뉴욕 ABC방송사 직원의 생후 7개월된 아들도 탄저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는 모두 네명으로 집계됐다.

또 탄저균 분말이 담긴 우편물을 배달받은 미 NBC 방송의 뉴스앵커 톰 브로코는 "나도 탄저균에 노출된 것 같다"고 15일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민에게 "의심이 가는 편지나 소포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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