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확진자' 사실상 없다···1440명 중 항체 보유자 단 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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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6~8월 약 두 달에 걸쳐 국민 1440명의 혈청을 모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형성 여부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 단 1명(0.07%)에게서 항체가 확인됐다.
지난 7월 1차 조사 때 제외됐던 대구 등을 포함한 전국 단위 조사 결과가 나온 건데, 결과는 1차 발표(0.03%)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대본, 2차 항체가 조사 결과 발표…1차 때와 비슷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 중 항체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 후 항체를 보유한 ‘숨은 감염자’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144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2차 항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대본이 지난 6월 10일부터 8월 13일 사이 수집한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관련 혈청 2차분 1400명 가운데 1명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현재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20%를 넘는 상황과 비교하면 극히 낮다. 국건영은 질병청이 매년 실시하며 이 때 혈청을 뽑아 조사하는데, 이번에 이 혈액을 활용해 항체 실태를 조사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항체가 1·2차 조사 결과. 자료 중앙방역대책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항체가 1·2차 조사 결과. 자료 중앙방역대책본부

항체 검사는 코로나19 감염 후 체내에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14일까지 진단 검사로 확인된 환자는 누적 2만 2285명이다. 항체 조사는 이런 진단 검사 결과에서 양성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증상이나 증상이 약해 코로나를 앓고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는 숨은 감염자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앞서 방대본은 지난 7월 9일 국내 첫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국건영 참여자 혈청 1550건과 관악·금천구 등 서울 서남권 5개구 병원을 찾은 환자 혈청 1500건 등 3055명을 조사했더니 1건(0.03%)만 확인됐다. 대규모 유행이 있던 대구를 포함해 세종, 대전 등 3개 시도 주민 검사가 빠져 대표성 논란이 있었고, 이번 2차 조사에는 3개 지역이 모두 포함됐다.

1440명 가운데 서울(239건)과 경기(424건) 검체가 절반가량 차지했고, 대구 지역 주민 검체도 145건 포함됐다. 그러나 1차 조사와 별 차이가 없었다. 스페인 5%, 영국 런던 17%(런던 이외 지역 5%), 스웨덴 스톡홀름 7.3%(스톡홀름 이외 지역은 3∼4%), 덴마크 1.7%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의 병원에서 한 노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채혈 검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의 병원에서 한 노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채혈 검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조사 당시 누적 환자가 1만여 명 수준으로 유병률(인구 집단 중 특정 질병을 앓는 사람의 비율) 자체가 0.02%에 불과한 점을 한계로 든다. 유병률이 낮은 상황에서 표본이 많지 않은 게 한계라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사 당시가 6~8월이니 현재의 수도권 대규모 유행 상황 이전의 얘기”라며 “유병률이 높았을 때라면 표본이 적더라도 항체조사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데, 너무 적은 규모였다”며 “조사 방법도 급격히 늘고 줄고 하는 코로나 유행상황에 맞지 않아 한계가 있다. 수만 명을 표본으로 새로 설계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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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추가로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 일반인과 의료진 등 3300명과 전국 단위 지역별 항체보유율 확인을 위한 군 입소 장정 1만명 및 지역대표 표본집단 1만명을 대상으로 항체조사를 할 계획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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