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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검출?...러시아 독살정치 실체 드러났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푸틴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의 측근들은 누군가 그가 마신 차에 독극물을 타 그를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발니가 타고 있던 비행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곧바로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러시아 병원 의료진은 나발니의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독일은 나발니가 러시아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특별 의료용 항공기를 러시아로 보냈습니다.

나발니는 지난달 22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독일 정부가 나발니에게서 1970년대 소련이 화학무기로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샤리테 병원은 7일 "나발니가 의식을 찾고 '언어적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는 한편 수십 차례 투옥되는 와중에도 반푸틴 시위를 주도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종신 집권 길을 여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는 "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푸틴 대통령이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16년째 집권중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통과된 개헌 국민투표에 따라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2036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헌안에는 ‘개헌 이전의 기존 대통령 임기는 백지화하는 특별조항’과 ‘동일 인물의 두 차례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 등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사실상 푸틴의 종신집권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는 것과 동시에 푸틴 이후에는 장기집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8일 러시아 정부를 향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징후를 보였다는 독일 의료진의 예비 결론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도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테러 공격을 규탄하면서 공동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한편 과거에도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온 이들이 독극물 테러에 노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탐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4년 9월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주는 홍차를 마셨다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는 당시 살아남았지만 2년 뒤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지난 2018년 러시아의 반체제 록그룹 리더 ‘표트르 베르질로프’도 나발니와 마찬가지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쓰러진 바 있습니다

과연 이번 나발니 사건의 배후는 밝혀질까요? 나발니가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를 비롯해 푸틴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과거에도 나발니와 비슷한 수법의 독극물 테러를 당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나발니 독극물 중독 사건을 살펴봤습니다.

채인택·함민정·석경민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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