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재검토’ 암초 만난 경북 “그래도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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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간담회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간담회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권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지자체들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합의가 이뤄지면서다. 의대 유치에 뛰어들었던 포항·안동·구미 등 경북도내 지자체들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유치 나섰던 포항·안동·구미 ‘주춤’ #1000명당 의사 2.1명 전국 최하위 #상급병원 없어 인프라 확충 절실 #연구용역, 시설 준공 등 노력 계속

경북도 관계자는 8일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그에 발맞춰 의대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관련 논의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이 의대 잡기에 나서게 된 건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에서 대량 확산했을 때도 의료 인력과 인프라 부족을 절감했다.

경북은 5월 말 기준으로 100개 병상당 확진자 수가 4.1명까지 치솟아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에 그쳤다. 17개 광역단체 중 세종(1.5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국 2위였지만 의사 수는 최하위권이었던 셈이다.

인구 260만 명이 넘는 경북에는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중증질환 전 분야에 걸쳐 1등급 병원도 없다. 주요 암 환자와 7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전국 상위권인 지역임을 감안하면 의료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경북은 발빠르게 의대 유치전에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1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지역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공동간담회’를 열고 포스텍(포항공대)과 안동대 의대 신설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코로나19 중증확진자 168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등 의료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논의가 주춤하지만, 각 지자체의 유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의대 유치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포항시가 내세우는 이점은 ‘의대 설립 최적지’라는 점이다. 포스텍과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10개 이상의 연구소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세계 세번째로 설립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 등 바이오·헬스 관련 기반시설들도 연내 준공될 예정이다.

안동대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위원회 연구 결과 발표와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까지 공공의대 설립의향서와 정원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구미시 역시 현재 공공의료시설로는 늘어가는 의료수요를 충족하기에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장기적 관점에서 의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의대가 설립되면 의료전문 인재를 육성하고 첨단 의료 IT 융합 산업기반을 조성할 예정이다.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의대(한의대 제외)는 전국 41개교다. 김영삼 정부 이후 신설되지 않았다. 의대 정원도 2006년 3058명으로 정해진 뒤 15년째 바뀌지 않았다.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경북에서 큰 수술은커녕 건강검진을 받고 싶어도 대도시로 가야만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평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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